[활동소식]홈리스추모제 청소년이야기 낭독공연 '모두에게'

2025-01-09

매년 동짓날이 되면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이 추모제는 극한 주거 빈곤 상황에서 돌아가신 동료 시민을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올 한해에도 서울시에서만 481명의 홈리스, 무연고자분들이 사망하셨습니다. 어떤 세상을 되도록 요구하고 만들어야 이런 슬픔과 고통을 멈출 수 있는 걸까요. 올해에도 우리 곁을 떠난 홈리스 청소년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 참여하였습니다. 


12월 2일에 홈리스추모제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2월 20일 홈리스추모문화제까지 정말 많은 행사들이 이어졌는데요. (전체 행사가 궁금하시면 → 홈리스뉴스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특별히 올해엔 청소년 홈리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낭독공연 '모두에게' 홍보 포스터2023년 7월 여름을 뜨겁게 했던 연극 “모두에게”가 계속 앙콜 요청을 요청받아 왔었는데, 드디어 12월 18일 홈리스추모주간 중에 낭독공연 으로 만날 수 있었어요.  

35여명의 홈리스 당사자, 홈리스야학 교사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 공간을 가득 채워 집이 없이 살아가는 청소년 '모두'의 이야기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과 비청소년 홈리스가 겪어 온/살아가는 공통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시간 20분 정도로 진행한 1부 낭독공연은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낭독공연 ‘모두에게’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청소년 주거권 수다회’에서 들려주었던 당사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창작된 대본 ‘모두에게’를 두명의 배우가 낭독해 주었는데요.  현장에 참여한 모두들 청소년 ‘모두’의 집 밖이나 시설에서의 경험들, 편히 쉴 수 있는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 그 여정을 궁금해 하며 함께 따라가 보았습니다. 연극이 끝날 즈음 되니 낯선 이었던 ‘모두’는 어린 시절 나이기도 하고, 현재의 나 또는 내 곁에 있는 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청소년 홈리스의 삶이 특별하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며 우리가 끈끈하게 연결되었음을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2부 관객과의 대화에는 본 극의 감독인 송김경화의 진행으로 당사자인 청소년활동가 모래,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홍수경, 온의 상임활동가 미혜가 함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모래는 탈가정했을 당시 가정에서의 어려움이 거리로 시설로 이어졌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홈리스청소년이 살아가는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존재들이 각자의 삶과 방식에 맞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집이 현실화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홍수경, 미혜 두 활동가의 이야기는 구체적인 사회 제도의 문제와 명확한 개선 제안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우리 사회의 묵직한 과제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시설 중심의 제도적 문제, 수많은 법적 한계로 현재 주거위기의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더 선명해 지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시설에서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의 시설성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주거 불평등의 상황 속에서도 연령이나 젠더 차별 등의 다층적인 차별과 폭력은 우리를 더 무기력화시키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수록 우리가 연대하며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바꿔나가야 할 사회에 대해 마음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엔 낭독공연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날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다들 입이 근질근질 거리는 것이 느껴졌었는데요. 결국 참지 못하고 모두에게 쓴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주는 분의 용기와 응원은 그 시간이 더 없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꼭 낭독회 이후에 참여한 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눠보고 싶다는 소회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아래의 편지들은 홈리스 청소년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보는 이 짧은 시간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위해 애쓰겠다는 다짐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하고 세상의 모두들에게 함께 살자는 뜨거운 연대의 인사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홈리스추모제 주간에 ‘모두에게’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참여한 분들의 인사가 모두에게 큰 위안이기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집들이에 초대해줘서 고마워. 나도 곧 집이 생기거든. 청년매입 임대로. 놀러와”

“오랜만에 볼 줄 알았는데 역시 못 만났네. 하지만 언제나 건강하고 용기있게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 물론 불안하고 힘들고 다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거야. 그럴 때는 내가 있다는 걸 잊지마. 절대. 너 곁에 있어, 나”

“몸 누일 집이 생겼다니 내 마음이 따뜻하다. 여름엔 해를 피하고 겨울엔 바람을 피하고. 누군가 초대해서 밥도 해 먹는 날을 누리는 거.. 별 거 아닌 듯 너도 나도 누려보자. 행복이 별 거 아니라면 그 별 거 아닌 집을 너도 나도 즐겁게 누려보자!”

“모두야 안녕. 나는 때로 용기도 없고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고 타협하고 작아지고 주저하는데 너랑 있으면 힘이 난다.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게 무엇인지, 그럼에도한 발자국 가는 게 어떤건지, 흔들려도 다시 가는 게 뭔지 알게해줘. 너 덕분에. 함께하자. 우리 ❤️”

“너 집이 생겼구나. 기쁘다. 나도 카레 좋아하는데 다음엔 내가 한 솥 끓여줄게. 세상이 왜 이렇게 답이 없고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도 국회 앞에 가는 넌 정말 최고야. 곧 보자~~~!!”

“아직 오지 않은 너를 기다리며. 너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걷지 않았던 길을 생각해.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거리에서도 하루하루 불안해했던 너를. 나와 함께 있었을 수도 있었을 너를, 이렇게 오랜만에 처음 뵙듯이 너의 맨 얼굴을 보게 되었네. 너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와 다르지 않을 소년의 너를, 나는 흔히 지나치는 거리에서, 한강공원에서 밤의 도로 위에서 마주쳤을 것 같아. 그 무심함을 후회하며 너의 집에서 너를 맞이할게. 이제는 고개 돌리지 않고 너를 마주 볼게.”

“너의 집에 초대해줘서 고마워. 여기 있는 모두 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네. 이렇게 모두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가끔씩 모두가 생각났고 그럴 때 연락하지 못하고 하늘만 봤는데, 오늘 모두의 카레 정말 기대가 돼. 오늘 혹시 맛 못 보면 다음에 꼭 맛보고 싶다. 같이 카레 다 먹고 밤산책도 같이 하자. 모두와 모두의 친구들 얼굴 보니 참 좋다!! 좋은 친구들을 둔 모두의 친구여서 또 너무 좋다!”

“안녕 모두야. 보고싶다, 네가. 보고싶다, 집에 있는 네가. 보고싶다, 자유를 찾은 네가. 보고싶다, 어디에서든 행복한 네가. 보고싶다~~~ ps. 이사 축하해”


그 밖에도 온은 이번 홈리스추모제 추모팀에서 활동하며 기억의계단을 준비하며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홈리스추모문화제 행사에서는 작년 우리 곁을 떠난 청소년을 기억하며 추모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죽음을 존엄하게 기억하는 것 처럼,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느낀 자리였습니다. 돌아가신 모든 홈리스분들을 애도합니다. 싸늘한 이 곳이 아니라 좀 더 따뜻한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남은 자들은 더 나아질 세상을 위해 남겨진 몫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해 봅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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