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청소년 주거지 탐방 현장르포] 도넛의 고시원 탐방기

2025-04-24



누구나 고시원과 같은 비적정 주거가 아닌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도 적정 주거에서 바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전히 열악한 사회적 자원으로 인해 비적정 주거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청소년 주거지 탐방 현장르포는 이러한 청소년의 리얼한 주거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도 적정 주거가 보장되는 날까지 투쟁!!!

                          🔸언제? 2025년 4월 9일
                          🔸누가? 도넛(청소년), 온 활동가(시연)


시연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도넛 : 20세 도넛입니다. 별칭은 처음 만들어보는데 어색하네요. (웃음) 마침 옆에 도넛이 있어서 처음 별칭을 사용해봅니다. 그리고…어떤 소개를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온은 도넛을 19세에 만나 주거지원을 시작함. 탐방기를 작성한 시점은 생일이 지나 20세가 되었음.


시연 : 청소년도 집 구한다! 청소년도 집이 필요하다! 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기 위해 도넛님이 집 구하기 탐방기를 들려준다고 하셨잖아요. 도넛님이 왜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설명해주신다면?

도넛 : 저는 지금 트렌스젠더로 정체화해서 살고 있어요. 저희 엄마는 기독교적 신앙이 강한 분이었는데 제가 트렌스젠더임을 받아들이지 못하셨어요. 엄청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10대를 보냈죠. 그러다가 엄마한테 말해야 하는 시점이 왔고, 커밍아웃하게 되었죠. 엄마는 “네 마음대로 살려면 나가서 네 마음대로 살아라.” 라며 저를 집에서 내쫓으셨어요. 그게 작년이에요. 19살에 탈가정 하게 되었어요. 탈가정 후에는 일시 쉼터를 계속 전전하면서 살았어요. 하나…둘….셋….7개 정도 쉼터를 돌아다녔어요. 주로 3일씩 있었고 길어봤자 일주일이에요. 쉼터에서는 제가 법적 성별이 남성이니까 남자 화장실에 가야 했어요. 샤워실도 마찬가지이고요. 방도 남자 방에서… 이게 너무 불편했어요. 여성 쉼터는 입소하기 어려웠고요. 


시연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도넛 : A 쉼터를 이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온을 알려줬어요. 그래서 직접 신청하게 되었죠. 저는 계속 저를 받아주는 일시 쉼터만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입장이었잖아요. 온이 한 줄기의 빛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연 : 집이 아닌 고시원 탐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도넛 : 일단은 트렌스젠더이기 때문에 단기 쉼터를 입소하지 못해서 집을 구해야 했어요. 그런데 집은 보증금이 필요하니까 아직은 고시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알바를 구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100군데 넘게 넣었어요. 면접을 보면 항상 겉모습과 주민등록번호의 성별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이 트렌스젠더인걸 오픈하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계속 알바에서 떨어지게 돼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조울증이 있는데요. 이것도 지장이 있어요. 처방받아서 먹고 있는 약은 조증이 오지 않게 해줘요. 그럼 계속 저는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죠. 행동도 느릿느릿하게 되고 의지도 없어지고 공허한 상태가 계속돼요. 무엇을 하려고 해도 벽에 부딪히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더 의지가 사라지게 되죠. 고시원을 구한 건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죠. 돈이 없어서


시연 : 고시원을 구하기 전에 ‘나에게 중요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이건 포기할 수 없어’ 라거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는게 필요해’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면?

도넛 : 고시원을 알아보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현실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인지가 중요했어요. 지금 제가 일을 아직 못 구해서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 내에서 갈 수 있는 고시원들을 구해야 했어요. 지원금을 받더라도 모자란 금액은 제가 내야 하는데 너무 많으면 내기 어려우니까 그것도 고려해야 했고요. 원래 제가 익숙한 동네여서 살고 싶었던 지역이 있었는데 거기는 고시원이 많이 없기도 하고 비싸기도 해서 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구 지역으로 고시원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또 다른 하나는 방 안에 개별 화장실과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은 지정 성별이 정해져 있어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금액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이건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이 두 가지를 고려해서 갈 수 있는 고시원 리스트를 추렸어요. 


시연 : 우리가 고시원 3개 정도를 정해서 보고 왔어요. 가기 전에 같이 확인할 것들을 정리했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었죠?

도넛 : 방에 창문이 있으면 좋겠어요. 창문이 없으면 환기가 안 되고 더 답답할 것 같아서요. 또 건물 밖이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차 소리나 사람들 고성방가가 들리면 잠자는데 방해되니까요. 그리고 지하철역이랑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아직 일을 구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일하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일을 하러 이동하기 좋은 장소면 좋겠어요. 친구를 만나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화장실 수압이 강한 게 좋아요. 너무 오랜 시간 물을 틀고 있지 않아도 뜨거운 물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시연 : 고시원을 3개 보셨다고 하셨는데, 각각 어떠셨나요? 별점을 매겨주신다면?

도넛 :

시연 : 고시원을 볼 때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시더라고요. 무엇을 확인하셨어요? 그리고 자세히 확인한 이유가 있을까요?

도넛 : 고시원마다 규칙이 쓰여있는 것을 봤어요. B 고시원의 규칙이 상대적으로 덜 빡빡해 보였어요. 저는 규칙이 덜 빡빡하게 있는 게 좋아요. 이를테면 ‘냄새나는 생선 굽지 않는다, 다른 사람 데려오면 안 된다, 몇 시 이후에는 세탁기 돌리면 안 된다. 등등’ 이런 규칙들이요. 규칙이 많거나 너무 깐깐하면 맞추기 힘들잖아요.


시연 : 고시원에 규칙이 있으면 좋기도 하지 않을까요? 같이 살아야 하는데, 밤에 시끄럽게 하거나 냄새나는 음식을 하면 살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잘 관리해 준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어요?

도넛 : 그런 건 그냥 괜찮아요. 제가 쉼터에서 살아봤잖아요. 쉼터는 규칙이 많으니까 지키기 힘들었어요. 소지품을 확인하고 어떤 물건은 제출해야 해요. 외출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요. 어떤 쉼터는 간식을 사두고 먹고 싶을 때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제가 지냈던 쉼터는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나 점심(저녁)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어려웠어요. 그래서 규칙이 있는 고시원은 그것만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요. A, C 고시원은 규칙이 빡빡한 느낌이 들었어요.


시연 : 고시원들을 돌아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도넛 : 그래도 쉼터보다는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쉼터는 여러 명이 같이 자는데 여기는 그래도 나만의 공간이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근데 앞으로 혼자 살아야 하니까 일을 빨리 못 구하면 집에만 있게 될 텐데… 그럼 우울해질 것 같아서 그게 가장 걱정돼요. 


시연 : 고시원 탐방을 하고 나서… 미리 고려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싶은 것들이 있을까요? 돌아보고 오니 이건 이렇게 더 챙겨볼걸 하는 부분이 있다면?

도넛 :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근데 그냥 돈이 있었더라면 고시원이 아닌 집을 구했을 텐데…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리고 지역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비싸서 포기하기도 했고요.


시연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넛 : 이해는 못 해주더라도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쉼터에 가도 법적 성별을 따지니까 단기 쉼터는 아예 가지 못해요. 단기 쉼터도 남자 쉼터, 여자 쉼터 모두 진짜 많이 알아봤는데 남자 쉼터는 법적 성별이 남자니까 입소할 수 있는 게 맞지만, 기존에 지내는 남성 청소년과 불편함이 생길 수 있어서 안된다고 했어요. 여자 쉼터는 법적 성별이 여자여야 받을 수 있어서 거절당했고요. 일시 쉼터는 간혹  남/여를 나누지 않는 곳이 있지만 거의 없어요. 그리고 입소하더라도 법적 성별에 따라서 남/여를 구분하다 보니 잊고 지내던 디스포리아가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일시 쉼터는 주거가 안정적이지 않으니, 일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어요. 성소수자를 도와주는 단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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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08850) 서울특별시 관악구 난우16길 17,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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