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함께 기대어 사는 세상' 온의 후원인> 예술과 운동을 연결하고 있는 송김경화

2025-10-28
<'함께 기대어 사는 세상' 온의 후원인> 코너에서는 온이 지속적으로 청소년주거권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중한 분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청소년주거권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멋진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온과 함께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세 번째 온의 후원인 이야기에서는 송김경화님을 소개합니다. 송김경화님은 그동안 청소년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 <오늘도 잘곳없음>, <모두에게>를 연출했으며, 작년 말에는 희곡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연극과 희곡이라는 장르로 청소년 주거권을 이야기 할 기회를 열어준 분이어서 온에는 참 소중하고 멋진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온의 후원인 이야기 세 번째 주인공, 송김경화]


온 : 반갑습니다. 경화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경화 : 저는 희곡을 쓰고 연극 연출을 하는 송김경화입니다. 홈리스 야학 교사를 하며, 세월호 단원고 생존자 모임 ‘돛자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시간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개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온 : 간단한 자기소개만 들어봐도 경화님이 다방면에서 엄청나게 활동 중인 것으로 들리네요. 원래 연극을 하셨던 분이 어떻게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경화 : 2004년에 배우로 연극을 시작했고요. 2009년부터 연출을 했어요. 연출을 하려면 희곡 작품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작가들의 작품으로 하려니 한계가 있더라구요. 연출가로서도 어떤 작품을 하는 사람인지에 관한 질문을 계속 받게 되기도 하니 연출 세계를 그려가는 과정에서 고민하게 됐어요. 주변에서 글을 써 보라는 제안으로 희곡을 쓰게 됐고요. 글을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 거죠. 내가 연극을 왜 하는지,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점점 사회성이 짙은 작업을 하게 됐어요. 물론 기초 문화 예술로서의 연극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어떤 숙명이 있죠. 그동안 사회성 있는 작품을 하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연극 <모두에게> 중에서]


온 : 청소년 운동으로 처음 작품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경화 :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라는 소극장에서 동료 연극인들과 <세월호> 프로젝트를 했어요. 첫해였던 2015년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단원고 생존자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 이후로도 만남을 지속해 오면서 이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목격하게 된 거죠. 청소년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를 선명하게 보게 된 시간이었어요. 2022년에 단원고 생존자들과 <2014년 생>이라는 작품을 올리게 되었고요. 2021년에는 <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빈곤층 어린이들의 삶의 맥락과 배경을 짚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아동 청소년 인권에 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저에게도 이 삶에 대해 표현할 언어가 없으니, 당사자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청소년 운동하는 활동가들의 글을 찾아보게 되었고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청소년 운동에 가까워지게 됐어요. 그때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살펴보려면 교육부, 보건복지, 여가부까지 다 흩어져서 찾아보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때 청소년의 삶의 맥락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 흩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존재가 드러나기도 어렵다는 것과 어디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된 거죠.  

이후에 작업한 탈가정 청소년의 이야기 <오늘도 잘곳없음>을 통해 현장 활동가들과 직접 소통하게 됐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의 자료를 엄청 보게 됐죠. 청소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보호주의 시선이 아닌 글을 찾기 어렵던 시기에 저에겐 너무 귀한 글이었어요. 


온 : 처음 만날 때 누구보다 더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느꼈었는데, 오늘 이야기를 통해 이미 경화님의 혼자 깊게 공부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 시간을 통해 경화님에게 쌓여있는 청소년 주거권에 관한 생각이 궁금해요. 

경화 : 정상 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위계질서 안에서 청소년의 삶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정상 가족에서 어떤 부모가 청소년이 혼자 살아가는 걸 용인하겠어요. 유학생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부모에게 돌봄을 받으며 기존 질서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청소년은 기특하다고 하지만, 어떤 자원도 없이 스스로 가족을 이탈한 탈가정 청소년은 바로 문제가 있는 청소년이 되어 버리고 말아요. 사회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보호하며 통제하는 것이 일상인 사회에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대 피해 생존자는 그냥 불쌍한 존재로만 생각하게 되고요. 가족주의와 보호주의가 동시에 작동되니까 청소년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너무나 사랑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면서 대상화하는 거죠. 청소년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으려 하지 않고요. 


[2023 홈리스추모제 ‘차와 라디오’에서 홈리스 당사자의 사연을 읽고 있다]


온 : 청소년인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최근엔 홈리스운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요. 어떻게 여기까지 나아하시게 된 건가요?

경화 : 탈가정 청소년의 홈리스 상태가 비청소년이 된다고 저절로 나아지진 않잖아요. 그러니 비청소년 홈리스의 상황이 나아지면 청소년도 내일이 좀 달라질까 싶어서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홈리스야학(인권 단체 ‘홈리스행동’에서 운영하는 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의 거점이나 배움터)으로 달려갔어요. 야학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까 이분들의 청소년 시기는 지금 탈가정 청소년과 너무 똑같다는 걸 확인했어요. 개인마다 삶의 맥락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빈곤한 어린 시절, 시설로 가게 되고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도 삶이 나아지지 않았던 상황들은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 청소년 주거권 운동과 홈리스 운동은 너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절대 홈리스야학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어요. 이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나에게는 청소년 운동이라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거든요. 

지금 상근 활동하는 전장연의 운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청소년이 탈시설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 계속 고민이잖아요. 장애인 탈시설 운동을 하면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면서 그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 곁에 다양한 시도와 과정에 함께 하면서 청소년의 탈시설 삶에서의 대안들이 보이고요. 더 나아가 이 운동을 가로지르는 게 페미니즘 운동인데요. 장애인 운동 안에도 여성 당사자 활동가들의 권한이 더 적어 보여요. IL센터 소장 비율도 여성이 더 적고요. 홈리스 야학에도 여성분들이 거의 없으시거든요. 여성 홈리스들은 다 어디 있는 걸까요? 탈가정 청소년 중에서도 여성이 경험하는 거리는 또 다른 측면으로 중요하게 보이거든요. 이 모든 것이 다 빈곤 운동 안에서 만나기도 하고요. 청소년의 주거권 운동은 하나로는 절대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뭘 외친다고 해결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기도 하니 더 연대해야 한다는 마음이 계속 들어요. 이 운동들과 손잡고 함께 해 나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어요. 


[전장연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세종 기획재정부 앞 농성장에서]


온 : 이렇게 모든 운동에 걸쳐서 진지하게 나아가고 있는 경화님이 대단합니다. 앞으로 어디까지 닿게 될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그러고 보니 작년 작품 할 때랑 분위기 좀 다른 것 같아요. 힘든 게 당연할 것 같은데, 왠지 모를 활기찬 느낌도 드는데요. 

경화 : 작품 할 때는 골방에 진짜 긴 시간 갇혀 있게 되죠. 작품이 잘 나와야 한다는 마음에 고민도 크니까요.  연극할 때도 글 쓸 때랑 연습실에 나가 작품 만들 때 상태가 많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지금 전장연 활동하면서는 연극 만들 때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후련함? 시원함? 뭐 그런 감정이 있어요. 연극이 사회를 바꾸는 간접행동이라면, 운동은 직접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작품 할 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예술가로서의 자아와 활동가로서의 자아가 만나지는 경험. 그럴 때 반가워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재확인하는 기분이 좋아요.


[전장연의 장애인이동권보장을 촉구하는 서울역 농성장에서]


온 : 그동안 작품을 하기 위해 쌓아왔던 언어들이 경화님에게 고스란히 남아 운동을 해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청소년 주거권과 함께했던 작품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요. 

경화 : 원래 시설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청소년이 자립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청소년의 자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아직 청소년이 현실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모델이 너무 없는 거예요. 아직도 시설 중심으로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거죠. 결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어요. 어쨌든 작품을 쓰면서 지금 청소년이 경험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잘 드러날 수 있게 쓰고 싶었어요. 청소년이 살아가는 세상이 계속 어렵고 위험한데, 사회 구조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온 : 그렇게 설득을 잘해 내는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할 텐데요. 혹시 경화님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요? 

경화 : 글을 쓸 때 좀 차갑게 쓰려고 해요. 너무 감정적이지 않도록요. 좋은 글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아도, 누가 봐도 그 문제의식을 충분히 알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들의 삶이 잘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설득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차분해지는 것이 중요했어요. 물론 글 작업을 하는 후반부에는 인물들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를 잘 드러내야 하니까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또 막 일으키기도 하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을 제가 깊게 만나는 게 중요해요. 청소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지만,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어떤 서러움, 분노와 기쁨, 슬픔이 나를 온전히 통과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글을 완성하면 내가 그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연극 <2014년 생> 무대 리허설 중에]


온 : 그런 면에서 작품을 하다 보면 모든 인물에게 애정이 들겠어요.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작품에 대한 열망이 계속되지 않을까 궁금해지는데요. 

경화 : 작품은 계속하지요. 저는 지금 현장 리서치를 계속하는 중이랍니다. 

곧 소설을 하나 쓰려고요. 신춘문예에 한 번 내볼까 하는 중이에요. 예전에 희곡으로 등단한 거고, 소설은 써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지만요. 탈가정 청소년과 탈시설 장애인과의 만남을 얘기해 볼까 해요. 


[2024 세계주거의날 주거권행진에서]


온 : 경화님의 길에 청소년 주거권 운동이 함께 하니 든든합니다. 

저희 11월 4일 자립후원행사도 하는데, 마지막으로 후원자분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만날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해요.

경화 : 온의 창립 이전부터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 온이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 깊게 이 운동을 해 나가고 있는지, 말뿐이 아닌 청소년과 함께 살아가며 이 운동을 만들고 있는지, 그래서 이들이 만든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운동을 지지하고 관심을 갖는 걸 넘어 이 운동에 후원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모두가 아셨으면 좋겠어요. 

이 운동은 정말 최전선에 있는 운동이에요.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삶은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이 아름다운 운동에 함께 연결되는 것,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계속 온의 이야기를 잘 실어 나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11월 4일, 온의 자립후원행사에서 제가 작업한 희곡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 낭독극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집 밖에서 집을 찾아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멋진 분들이 오셔서 함께 낭독해 주시기로 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많은 분의 참여를 기대하며, 후원으로도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기록_미혜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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