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온의 자립후원행사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에서 전시를 함께 기획한 소라(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활동가가 작성한 전시 기획 후기글 입니다. |
“청소년 주거권 보장은 청소년에게 건네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를테면 집을 나오기로 결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의 시간을 보냈는지, 가능한 선택지는 무엇이 있었는지, 포기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와 같은 것들입니다.” _「집 밖에서 집을 찾다」 서문 중 일부
탈가정 청소년을 집으로부터 ‘도망쳐나온’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는 그 설명이 부족하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탈가정을 선택한 청소년에게 층층이 쌓여있는 서사는 ‘청소년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왜 집을 나오게 되었을까? 집을 나온 이후에 경험한 것들은 무엇일까? 무엇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집 밖에서 집을 찾다」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하 ‘청주넷’)이 탈가정 청소년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견디고 버틴 것, 맞서 싸운 것에 관해 기록한 책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그 가정’(다시 돌아갈 곳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하는 ‘원가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안어)을 탈출하기를 선택한 청소년이 청소년 쉼터 등의 시설과 같은 국가의 청소년 ‘보호’ 정책 안에서 또 다른 분투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만날 수 있다.

책 보러 가기
‘어쩌란 말이냐!’ 탈가정 청소년이 마주하는 현실
집이란 무엇일까? 씻고, 먹고, 자고,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공간이다. 일각에서는 안정성, 위생, 적정한 면적을 갖추지 못한 곳을 ‘비적정 주거’라고 칭하기도 한다. 적정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 주거권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군가는 비적정한 주거마저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청소년이 그렇다.
가정폭력을 피해 입소한 청소년 쉼터에서는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주말에는 종교생활을 강요받기도 하고, 쉼터에서 규정하는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규칙에 숨통이 막혀 시설을 나오려 해도 미성년자 신분으로 ‘보호자’ 서명 없이 집 계약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설령 운 좋게 고시원 등 거주할 곳을 찾는다 하더라도, 월세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앞에서 청소년은 또 다시 ‘부모님 동의서’가 필요하게 되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 또한 어렵다.
탈가정 청소년의 곁에서 어떻게든 주거를 꾸려나갈 방법을 함께 찾다 보면, 머리를 감싸쥐고 ‘어쩌란 말이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그 가정 밖에서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길은 가시가 가득하다. 그렇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탈가정을 선택하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2025년 가을, 청주넷의 자립 후원 행사 기획단으로 초대되어 전시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행사 이름은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 당장 갈 곳은 없지만 일단 동료, 친구들을 모아 자립을 응원해달라는 행사명은 청주넷의 발간 도서 「집 밖에서 집을 찾다」 그 자체였다.
청주넷의 주요 활동 중, 탈가정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세상에 전하는 활동(‘보이스 온’)을 소개하기 위해서 「집 밖에서 집을 찾다」를 펼쳐들었다. 어떻게 하면 탈가정 청소년이 경험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나의 질문을 뽑았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탈가정 청소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회에서 공통적으로 던져진 이 질문을, 전시 관람자에게도 똑같이 던져보기로 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묻고, 네 가지 선택지를 마련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자신의 성격에 해당하는 유형을 골라보기 바란다. 읽다보면 이 선택지가 비단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네 가지 카드 중 하나를 뽑아 들면, 뒷면에 같은 성격 유형의 청소년이 탈가정 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집 밖에서 집을 찾다」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지금의 경제사정에 맞게 생활하고 돈을 모으고자 하는 현실주의자 청소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시설에서 견디겠다고 말한다. 늦잠도 잘 수 없고, 잠옷바람으로 있으면 규칙 위반이기에 늘 ‘단정한’ 옷을 입고 생활을 하는 등 세세하게 말하자면 끝도 없이 자유롭지 못한 곳을 집으로 두고 버티겠다는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은 어떨까? 이 청소년에게 ‘자기만의 방’은 책상 아래에 발을 집어넣어야 누울 수 있는 고시원이다. 이 청소년은 그 가정에서 생활할 때 부모의 감시로 방문도 마음대로 닫지 못했고 애인 집에 얹혀 살 때에는 주거 때문에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옆 방 아저씨의 기침소리가 그대로 들리더라도, 고시원 방 한 칸, ‘이 한 칸만은 내 공간이구나’ 싶어 한결 낫다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탈가정 청소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과 전시를 설명해주는 소라(왼쪽 아래)
잊지 말자, 청소년도 사람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을 하며, 나 또한 「집 밖에서 집을 찾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과 비슷한 상황의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의 상황, 주거 실태를 ‘외부’에 설명해야 할 때면 그 자리는 틀림없이 숙연해진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무거워졌네요. 물론 무겁지만, 위기 청소년도 사람이고 청소년이라서요. 지원 과정에서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고 웃음도 나눠요. ‘귀멸의 칼날’ 덕질 이야기도 하고, 요즘 쓰는 틴트 색깔 자랑도 하고요.”
청소년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탈출을 감행하고 생존을 위해 애쓰는 탈가정 청소년의 바탕에는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지키려는 거대한 용기가 있다. 이 용기에는 생생한 희노애락이 뒤따른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탈가정 청소년을 보호주의적 관점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몸 누일 (적정한) 방 한 칸 구하기가 누구에게나 어려운 요즘이다. 탈가정? 가출? 자립? 독립?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하려는 사람들, 아무튼 집을 나오려는 사람들, 어렵사리 집을 나온 사람들 모두 「집 밖에서 집을 찾다」를 한 번쯤 읽어보기를 바란다.
참고로 나는 책을 덮으며 이렇게 말했다. “탈가정 청소년이 진짜 인생 선배님이다.”
탈가정 청소년을 집으로부터 ‘도망쳐나온’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는 그 설명이 부족하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탈가정을 선택한 청소년에게 층층이 쌓여있는 서사는 ‘청소년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왜 집을 나오게 되었을까? 집을 나온 이후에 경험한 것들은 무엇일까? 무엇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집 밖에서 집을 찾다」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하 ‘청주넷’)이 탈가정 청소년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견디고 버틴 것, 맞서 싸운 것에 관해 기록한 책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그 가정’(다시 돌아갈 곳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하는 ‘원가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안어)을 탈출하기를 선택한 청소년이 청소년 쉼터 등의 시설과 같은 국가의 청소년 ‘보호’ 정책 안에서 또 다른 분투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만날 수 있다.
책 보러 가기
‘어쩌란 말이냐!’ 탈가정 청소년이 마주하는 현실
집이란 무엇일까? 씻고, 먹고, 자고,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공간이다. 일각에서는 안정성, 위생, 적정한 면적을 갖추지 못한 곳을 ‘비적정 주거’라고 칭하기도 한다. 적정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 주거권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군가는 비적정한 주거마저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청소년이 그렇다.
가정폭력을 피해 입소한 청소년 쉼터에서는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주말에는 종교생활을 강요받기도 하고, 쉼터에서 규정하는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규칙에 숨통이 막혀 시설을 나오려 해도 미성년자 신분으로 ‘보호자’ 서명 없이 집 계약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설령 운 좋게 고시원 등 거주할 곳을 찾는다 하더라도, 월세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앞에서 청소년은 또 다시 ‘부모님 동의서’가 필요하게 되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 또한 어렵다.
탈가정 청소년의 곁에서 어떻게든 주거를 꾸려나갈 방법을 함께 찾다 보면, 머리를 감싸쥐고 ‘어쩌란 말이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그 가정 밖에서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길은 가시가 가득하다. 그렇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탈가정을 선택하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2025년 가을, 청주넷의 자립 후원 행사 기획단으로 초대되어 전시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행사 이름은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 당장 갈 곳은 없지만 일단 동료, 친구들을 모아 자립을 응원해달라는 행사명은 청주넷의 발간 도서 「집 밖에서 집을 찾다」 그 자체였다.
청주넷의 주요 활동 중, 탈가정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세상에 전하는 활동(‘보이스 온’)을 소개하기 위해서 「집 밖에서 집을 찾다」를 펼쳐들었다. 어떻게 하면 탈가정 청소년이 경험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나의 질문을 뽑았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탈가정 청소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회에서 공통적으로 던져진 이 질문을, 전시 관람자에게도 똑같이 던져보기로 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묻고, 네 가지 선택지를 마련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자신의 성격에 해당하는 유형을 골라보기 바란다. 읽다보면 이 선택지가 비단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네 가지 카드 중 하나를 뽑아 들면, 뒷면에 같은 성격 유형의 청소년이 탈가정 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집 밖에서 집을 찾다」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지금의 경제사정에 맞게 생활하고 돈을 모으고자 하는 현실주의자 청소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시설에서 견디겠다고 말한다. 늦잠도 잘 수 없고, 잠옷바람으로 있으면 규칙 위반이기에 늘 ‘단정한’ 옷을 입고 생활을 하는 등 세세하게 말하자면 끝도 없이 자유롭지 못한 곳을 집으로 두고 버티겠다는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은 어떨까? 이 청소년에게 ‘자기만의 방’은 책상 아래에 발을 집어넣어야 누울 수 있는 고시원이다. 이 청소년은 그 가정에서 생활할 때 부모의 감시로 방문도 마음대로 닫지 못했고 애인 집에 얹혀 살 때에는 주거 때문에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옆 방 아저씨의 기침소리가 그대로 들리더라도, 고시원 방 한 칸, ‘이 한 칸만은 내 공간이구나’ 싶어 한결 낫다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탈가정 청소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과 전시를 설명해주는 소라(왼쪽 아래)
잊지 말자, 청소년도 사람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을 하며, 나 또한 「집 밖에서 집을 찾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과 비슷한 상황의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의 상황, 주거 실태를 ‘외부’에 설명해야 할 때면 그 자리는 틀림없이 숙연해진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무거워졌네요. 물론 무겁지만, 위기 청소년도 사람이고 청소년이라서요. 지원 과정에서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고 웃음도 나눠요. ‘귀멸의 칼날’ 덕질 이야기도 하고, 요즘 쓰는 틴트 색깔 자랑도 하고요.”
청소년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탈출을 감행하고 생존을 위해 애쓰는 탈가정 청소년의 바탕에는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지키려는 거대한 용기가 있다. 이 용기에는 생생한 희노애락이 뒤따른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탈가정 청소년을 보호주의적 관점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몸 누일 (적정한) 방 한 칸 구하기가 누구에게나 어려운 요즘이다. 탈가정? 가출? 자립? 독립?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하려는 사람들, 아무튼 집을 나오려는 사람들, 어렵사리 집을 나온 사람들 모두 「집 밖에서 집을 찾다」를 한 번쯤 읽어보기를 바란다.
참고로 나는 책을 덮으며 이렇게 말했다. “탈가정 청소년이 진짜 인생 선배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