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병원 로비에서 보낸 첫 겨울
쏭쏭: 류우님이 17세쯤 탈가정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 집을 나왔을 때 혼자 지내셨는지, 같이 지내게 된 사람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류우: 처음 세 달간은 혼자 다녔어요. 좀 큰 병원 로비에 소파가 쫙 깔렸잖아요. 거기서 자고, 병원 화장실 가서 씻고 그랬어요.
쏭쏭: 병원 로비에서 혼자 지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류우: 처음 3개월은 마냥 그냥 즐거웠어요. 집에 있을 땐 많이 지옥 같았거든요. 나오니까 나를 때리는 사람도 없고,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그래도 외롭긴 했어요.
쏭쏭: 언제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류우: 독감에 걸렸을 때요. 당시엔 쉼터가 있는 건 알았는데, 쉼터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어요. 실종 신고도 되어 있었고 경찰이나 공공기관에 대해 경계를 더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가면 부모한테 보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약도 없이 버텼어요.
콜리: 피해 다니는 입장이어서 더 힘들었네요.
류우: 저도 그때 진짜 죽는 건가 싶었어요.
쏭쏭: 그 이후에는 누군가와 같이 지내게 되신 거예요?
류우: 그렇게 3개월 혼자 지내다가 12월이 됐어요. 이러다 얼어 죽겠다 싶어서 단기 쉼터에 들어갔죠. 혼자 지낼 때 외로워서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트위터에서 가출팸에 있는 친구를 알게 되었죠.
쏭쏭: 가출팸과는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어요?
류우: 쉼터에서 지내다 나와서 한 달간은 혼자 지냈어요. 쉼터 나오고 저는 어디 갈 데도 없으니까 바로 팸에 들어가고 싶기는 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 좀 껴줘”라고 하면 이상하니까. 그러다 팸 애들이랑 바다 여행을 같이 간 이후로 같이 살게 되었어요. 다들 신난 상태에서 “우린 가족이야~!”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요.
쏭쏭: 류우님에게 같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였어요?
류우: 생존이기도 했고, 덜 외로운 것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팸에 있는 애들은 가족이 없거나 가족에게 상처받은 애들이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재가 되어주는 거죠.
콜리: 새로운 가족 같은 관계였네요.
류우: 사람은 가족이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더라고요. 팸 애들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고. 그리고 계속 같이 살았으니까. 같이 살면 가족 아닌가?
2. 함께 살았던 시간_팸, 친구, 서로 돌봄
쏭쏭: 팸 생활은 어땠어요?
류우: 저는 9개월 정도 팸에서 지냈어요. 처음엔 집이 없어서 렌터카를 빌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냈어요. 밥은 돈을 모아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해결했어요. 머리는 장애인 화장실에서 감고, 몸은 다이소에서 샤워 티슈를 사서 닦았어요.
쏭쏭: 정말 어떻게든 살아냈네요.
류우: 거의 캠핑 같았죠. 그러다 에어비앤비를 잡아 지내기도 했고요. 초기에 만났던 4명은 거의 고정 멤버였고 중간에 한두 명씩 왔다 갔다 했어요.
쏭쏭: 팸 생활을 하면 나이가 권력일 때가 있잖아요. 숙소를 빌리거나 그럴 때 비청소년의 역할이 커지니까요. 류우님이 있던 팸은 어땠어요?
류우: 저희는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라 그런 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여러 팸을 만났는데 다른 팸은 안 그랬던 거 같아요. 대부분 팸에 성인이 한 명씩은 있거든요. 집 계약이나 렌트 같은 걸 위해서요.
쏭쏭: 함께 살기 위해 서로 역할을 나누거나 규칙 같은 걸 정하기도 했나요?
류우: 딱히 없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였죠. 상황에 따라 역할이 나뉘었어요. 한 명이 청소를 너무 안 해서 제가 많이 하긴 했는데, 그게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같이 사는 친구들이 돈을 벌어오면 그걸로 생활하기도 했고요. 같이 살면 경제적으로도 좋아요. 편의점에서도 2+1도 살 수 있고, 세탁방 가서도 혼자 돌리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돌리면 아무래도 절약이 되죠. 그리고 애초에 팸이 만들어진 이유가 서로 외로우니까 같이 살게 되는 거잖아요.
쏭쏭: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관계였네요. 그래도 함께 지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류우: 같이 사는 애들이랑 싸운 일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같이 살던 친구 한 명이 청소를 너무 안 해서 결국 갈등이 쌓였죠. 어느 날 쉼터 선생님들이 집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제가 집을 비우게 돼서 친구에게 집 정리와 연락을 부탁했어요. 그 친구가 알겠다고 했는데 결국 연락도 안 받고 집도 안 치웠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팸을 나오게 됐어요.
쏭쏭: 단순히 청소 문제라기보다 신뢰가 깨진 경험이기도 했겠네요.
류우: 맞아요. 못 할 것 같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쏭쏭: 청소년이라서 더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까요?
류우: 실종 신고 때문에 계속 불안했고, 일하기 어려운 것도 힘들었어요. 그리고 혼자 다니면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외롭고 힘들죠. 아무래도 팸에 있으면 덜 외롭고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저도 집 생기고 누가 잘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며칠씩 재워준 적이 많아요. 저도 비슷한 처지였던 때가 있으니까 밖에 버려둘 수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혼자 살면 더 우울해지잖아요.
쏭쏭: 다른 청소년을 집에 재워준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류우: 대부분은 비밀로 했어요.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같아서. (실종아동법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쫓을 수는 없으니까요.
쏭쏭: 류우님이 팸이 금방 잘 깨지는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왜 그럴까요?
류우: 사람이 여러 명이 모여 있다 보면 쌓이는 게 있을 수밖에 없죠. 가족도 같이 살면 싸우는데 완전히 남이었던 사람들이 같이 사는 거니까요. 그리고 한 명이 실종 신고 때문에 잡히면 같이 사는 애들도 다 같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요.
콜리: 청소년이 다 너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경찰을 피해 다니기도 하고 돈을 못 벌기도 하고. 지내는 곳도 렌터카나 집을 임시로 구해야 하고요. 그러면 사람이 더 예민해지고 다투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챙길 수 있는 기반이 있거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면 관계가 좀 더 지속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이 서로 믿으면서 살고 싶기도 하지만 너무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금방 힘들어지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3. “내 편” 만들기_안전망, 연결의 경험
쏭쏭: 시간이 지나며 팸 외에도 청소년 지원 체계를 이용하게 되셨잖아요. 어떻게 연결되게 됐어요?
류우: 한 번 팸 친구들이랑 같이 경찰에 잡힌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탈가정한 지 오래돼서 부모도 더는 찾지 않았고, 실종 신고가 풀렸어요. 그 이후부터는 청소년 쉼터를 이용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쏭쏭: 이전에는 잡혀갈까 봐 지원을 못 받았던 거군요.
류우: 그렇죠. 제 트위터에도 쉼터에서 익명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지, 쉼터 가면 경찰로 연계되는 건 아닌지 이런 질문이 많이 와요. 정보가 너무 제각각이거든요. 어디서는 (부모님 또는 경찰에게) 고지 안 한다고 하고 어디는 무조건 연락 간다고 하고. 쉼터에서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겠어요.
쏭쏭: 공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필요했던 거네요.
류우: 네. 그걸 확인하고 나서는 저도 기관들을 이용하고, 주변에도 좋다고 홍보도 했어요. 그렇게 연결되면 식사나 생필품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의료지원이나 법률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는 아니구나, 사회가 탈가정 청소년 완전히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어요.
콜리: 맞아요. 누군가가 내 곁에서 나랑 같이 잘 살아보자고 하기도 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려고 애쓰고 그러면 든든하고 살 만하게 느껴지잖아요.
쏭쏭: 필요한 지원을 찾고, 내 편인 사람들을 만드는 과정은 류우님에게 어땠어요?
류우: 연결된 사람은 계속 정보를 얻게 돼요. 기관 선생님들이 다른 기관도 소개해 주거든요. 청주넷도 다른 기관 쌤한테 소개받아서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처음 시작은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예전에 1388에 전화한 적이 있어요. 주변에 이동 쉼터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런데 이동 쉼터가 뭐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끊었어요.
콜리: 청소년 지원 기관과 연결된 사람은 계속 정보를 알게 되는데 그런 연결이 없는 사람은 시작하기 어렵겠네요.
류우: 네. 시작이 어려워요.
4. 정보 공유와 “함께 산다”는 것
쏭쏭: 그런 경험들 때문에 류우님도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게 된 걸까요?
류우: 주변에 애들 보면 기관에서 연락 오면 안 믿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말하면 믿으니까 중간에서 연결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쉼터 정보나 집 나올 때 필요한 준비물, 정비 지원 같은 걸 정리해서 가이드처럼 올리기 시작했어요. 커뮤니티에 가출팸 구하는 글이나 식사 도움 글도 올라오는데, (이상한 헬퍼 안 만나게) 애들한테 잘 구별하라고 말해주고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라고도 이야기하고요. 커뮤니티에서 위험한 사람 보이면 차단도 계속 시켜요. 정보가 많아서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콜리: 정보가 많으면 나에게도 선택권이 더 많아지기도 하니까요.
쏭쏭: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이 힘들지는 않아요?
류우: 책임감 때문에 하죠. 제가 원래 이런 걸 내버려두지 못해요.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었기도 하고 제가 같은 처지를 겪어보기도 했으니까요.
쏭쏭: 탈가정을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비나도 받지 않나요?
류우: 많이 듣죠. 그런데 저는 나올 사람은 뭘 해도 나오고, 안 나올 사람은 나왔다가도 다시 집에 들어가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정보를 안 알려주면 정말 힘들어서 나온 얘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쏭쏭: 탈가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네요. 앞으로 청소년이 안전하게 기대어 살 수 있는 관계가 더 많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류우: 청소년이 쉼터 같은 데를 안 가는 이유 중 제일 큰 게 경찰이나 부모에게 넘길까 봐니까 안 넘길 테니까 올 수 있다 이렇게만 좀 확실히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보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트위터 같은 걸 하면서 형식적이지 않게 청소년들이랑 친밀감도 쌓고요.
쏭쏭: 친밀감을 쌓는다는 게 단순히 다짜고짜 반말 쓰고, 초면인데 함부로 질문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저는 어떤 청소년 기관이 아웃리치를 하면서 청소년들이랑 같이 릴스도 찍고 같이 놀면서 친해졌던 게 생각나요. 그렇게 친해지니 청소년분들이 직접 온라인 홍보도 해주시고 그랬어요.
류우: 맞아요. 청소년이 좋아하는 걸 무작정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그런 환경에 놓였는지 같이 이해하려고 해야죠. 그냥 욕부터 하면 그건 도와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욕하러 온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쏭쏭: 오늘 이야기 들으며 류우님이 왜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살아보려고 팸도 만들고, 정보도 공유하고, 다양한 기관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내왔던 시간이 류우님에게 어떻게 남았는지가 궁금해요.
류우: 사실 저는 탈가정해서 살아남으려고 나온 게 아니라 이렇게 살다 자살할 바에는 차라리 탈가정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는 게 낫지 않나 해서 나왔었어요. 그런데 나와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계속 살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그만큼 여러 가지 추억도 생겼어요.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기록: 쏭쏭
1. 병원 로비에서 보낸 첫 겨울
쏭쏭: 류우님이 17세쯤 탈가정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 집을 나왔을 때 혼자 지내셨는지, 같이 지내게 된 사람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류우: 처음 세 달간은 혼자 다녔어요. 좀 큰 병원 로비에 소파가 쫙 깔렸잖아요. 거기서 자고, 병원 화장실 가서 씻고 그랬어요.
쏭쏭: 병원 로비에서 혼자 지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류우: 처음 3개월은 마냥 그냥 즐거웠어요. 집에 있을 땐 많이 지옥 같았거든요. 나오니까 나를 때리는 사람도 없고,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그래도 외롭긴 했어요.
쏭쏭: 언제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류우: 독감에 걸렸을 때요. 당시엔 쉼터가 있는 건 알았는데, 쉼터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어요. 실종 신고도 되어 있었고 경찰이나 공공기관에 대해 경계를 더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가면 부모한테 보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약도 없이 버텼어요.
콜리: 피해 다니는 입장이어서 더 힘들었네요.
류우: 저도 그때 진짜 죽는 건가 싶었어요.
쏭쏭: 그 이후에는 누군가와 같이 지내게 되신 거예요?
류우: 그렇게 3개월 혼자 지내다가 12월이 됐어요. 이러다 얼어 죽겠다 싶어서 단기 쉼터에 들어갔죠. 혼자 지낼 때 외로워서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트위터에서 가출팸에 있는 친구를 알게 되었죠.
쏭쏭: 가출팸과는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어요?
류우: 쉼터에서 지내다 나와서 한 달간은 혼자 지냈어요. 쉼터 나오고 저는 어디 갈 데도 없으니까 바로 팸에 들어가고 싶기는 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 좀 껴줘”라고 하면 이상하니까. 그러다 팸 애들이랑 바다 여행을 같이 간 이후로 같이 살게 되었어요. 다들 신난 상태에서 “우린 가족이야~!”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요.
쏭쏭: 류우님에게 같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였어요?
류우: 생존이기도 했고, 덜 외로운 것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팸에 있는 애들은 가족이 없거나 가족에게 상처받은 애들이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재가 되어주는 거죠.
콜리: 새로운 가족 같은 관계였네요.
류우: 사람은 가족이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더라고요. 팸 애들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고. 그리고 계속 같이 살았으니까. 같이 살면 가족 아닌가?
2. 함께 살았던 시간_팸, 친구, 서로 돌봄
쏭쏭: 팸 생활은 어땠어요?
류우: 저는 9개월 정도 팸에서 지냈어요. 처음엔 집이 없어서 렌터카를 빌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냈어요. 밥은 돈을 모아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해결했어요. 머리는 장애인 화장실에서 감고, 몸은 다이소에서 샤워 티슈를 사서 닦았어요.
쏭쏭: 정말 어떻게든 살아냈네요.
류우: 거의 캠핑 같았죠. 그러다 에어비앤비를 잡아 지내기도 했고요. 초기에 만났던 4명은 거의 고정 멤버였고 중간에 한두 명씩 왔다 갔다 했어요.
쏭쏭: 팸 생활을 하면 나이가 권력일 때가 있잖아요. 숙소를 빌리거나 그럴 때 비청소년의 역할이 커지니까요. 류우님이 있던 팸은 어땠어요?
류우: 저희는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라 그런 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여러 팸을 만났는데 다른 팸은 안 그랬던 거 같아요. 대부분 팸에 성인이 한 명씩은 있거든요. 집 계약이나 렌트 같은 걸 위해서요.
쏭쏭: 함께 살기 위해 서로 역할을 나누거나 규칙 같은 걸 정하기도 했나요?
류우: 딱히 없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였죠. 상황에 따라 역할이 나뉘었어요. 한 명이 청소를 너무 안 해서 제가 많이 하긴 했는데, 그게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같이 사는 친구들이 돈을 벌어오면 그걸로 생활하기도 했고요. 같이 살면 경제적으로도 좋아요. 편의점에서도 2+1도 살 수 있고, 세탁방 가서도 혼자 돌리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돌리면 아무래도 절약이 되죠. 그리고 애초에 팸이 만들어진 이유가 서로 외로우니까 같이 살게 되는 거잖아요.
쏭쏭: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관계였네요. 그래도 함께 지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류우: 같이 사는 애들이랑 싸운 일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같이 살던 친구 한 명이 청소를 너무 안 해서 결국 갈등이 쌓였죠. 어느 날 쉼터 선생님들이 집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제가 집을 비우게 돼서 친구에게 집 정리와 연락을 부탁했어요. 그 친구가 알겠다고 했는데 결국 연락도 안 받고 집도 안 치웠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팸을 나오게 됐어요.
쏭쏭: 단순히 청소 문제라기보다 신뢰가 깨진 경험이기도 했겠네요.
류우: 맞아요. 못 할 것 같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쏭쏭: 청소년이라서 더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까요?
류우: 실종 신고 때문에 계속 불안했고, 일하기 어려운 것도 힘들었어요. 그리고 혼자 다니면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외롭고 힘들죠. 아무래도 팸에 있으면 덜 외롭고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저도 집 생기고 누가 잘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며칠씩 재워준 적이 많아요. 저도 비슷한 처지였던 때가 있으니까 밖에 버려둘 수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혼자 살면 더 우울해지잖아요.
쏭쏭: 다른 청소년을 집에 재워준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류우: 대부분은 비밀로 했어요.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같아서. (실종아동법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쫓을 수는 없으니까요.
쏭쏭: 류우님이 팸이 금방 잘 깨지는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왜 그럴까요?
류우: 사람이 여러 명이 모여 있다 보면 쌓이는 게 있을 수밖에 없죠. 가족도 같이 살면 싸우는데 완전히 남이었던 사람들이 같이 사는 거니까요. 그리고 한 명이 실종 신고 때문에 잡히면 같이 사는 애들도 다 같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요.
콜리: 청소년이 다 너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경찰을 피해 다니기도 하고 돈을 못 벌기도 하고. 지내는 곳도 렌터카나 집을 임시로 구해야 하고요. 그러면 사람이 더 예민해지고 다투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챙길 수 있는 기반이 있거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면 관계가 좀 더 지속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이 서로 믿으면서 살고 싶기도 하지만 너무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금방 힘들어지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3. “내 편” 만들기_안전망, 연결의 경험
쏭쏭: 시간이 지나며 팸 외에도 청소년 지원 체계를 이용하게 되셨잖아요. 어떻게 연결되게 됐어요?
류우: 한 번 팸 친구들이랑 같이 경찰에 잡힌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탈가정한 지 오래돼서 부모도 더는 찾지 않았고, 실종 신고가 풀렸어요. 그 이후부터는 청소년 쉼터를 이용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쏭쏭: 이전에는 잡혀갈까 봐 지원을 못 받았던 거군요.
류우: 그렇죠. 제 트위터에도 쉼터에서 익명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지, 쉼터 가면 경찰로 연계되는 건 아닌지 이런 질문이 많이 와요. 정보가 너무 제각각이거든요. 어디서는 (부모님 또는 경찰에게) 고지 안 한다고 하고 어디는 무조건 연락 간다고 하고. 쉼터에서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겠어요.
쏭쏭: 공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필요했던 거네요.
류우: 네. 그걸 확인하고 나서는 저도 기관들을 이용하고, 주변에도 좋다고 홍보도 했어요. 그렇게 연결되면 식사나 생필품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의료지원이나 법률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는 아니구나, 사회가 탈가정 청소년 완전히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어요.
콜리: 맞아요. 누군가가 내 곁에서 나랑 같이 잘 살아보자고 하기도 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려고 애쓰고 그러면 든든하고 살 만하게 느껴지잖아요.
쏭쏭: 필요한 지원을 찾고, 내 편인 사람들을 만드는 과정은 류우님에게 어땠어요?
류우: 연결된 사람은 계속 정보를 얻게 돼요. 기관 선생님들이 다른 기관도 소개해 주거든요. 청주넷도 다른 기관 쌤한테 소개받아서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처음 시작은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예전에 1388에 전화한 적이 있어요. 주변에 이동 쉼터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런데 이동 쉼터가 뭐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끊었어요.
콜리: 청소년 지원 기관과 연결된 사람은 계속 정보를 알게 되는데 그런 연결이 없는 사람은 시작하기 어렵겠네요.
류우: 네. 시작이 어려워요.
4. 정보 공유와 “함께 산다”는 것
쏭쏭: 그런 경험들 때문에 류우님도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게 된 걸까요?
류우: 주변에 애들 보면 기관에서 연락 오면 안 믿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말하면 믿으니까 중간에서 연결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쉼터 정보나 집 나올 때 필요한 준비물, 정비 지원 같은 걸 정리해서 가이드처럼 올리기 시작했어요. 커뮤니티에 가출팸 구하는 글이나 식사 도움 글도 올라오는데, (이상한 헬퍼 안 만나게) 애들한테 잘 구별하라고 말해주고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라고도 이야기하고요. 커뮤니티에서 위험한 사람 보이면 차단도 계속 시켜요. 정보가 많아서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콜리: 정보가 많으면 나에게도 선택권이 더 많아지기도 하니까요.
쏭쏭: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이 힘들지는 않아요?
류우: 책임감 때문에 하죠. 제가 원래 이런 걸 내버려두지 못해요.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었기도 하고 제가 같은 처지를 겪어보기도 했으니까요.
쏭쏭: 탈가정을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비나도 받지 않나요?
류우: 많이 듣죠. 그런데 저는 나올 사람은 뭘 해도 나오고, 안 나올 사람은 나왔다가도 다시 집에 들어가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정보를 안 알려주면 정말 힘들어서 나온 얘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쏭쏭: 탈가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네요. 앞으로 청소년이 안전하게 기대어 살 수 있는 관계가 더 많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류우: 청소년이 쉼터 같은 데를 안 가는 이유 중 제일 큰 게 경찰이나 부모에게 넘길까 봐니까 안 넘길 테니까 올 수 있다 이렇게만 좀 확실히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보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트위터 같은 걸 하면서 형식적이지 않게 청소년들이랑 친밀감도 쌓고요.
쏭쏭: 친밀감을 쌓는다는 게 단순히 다짜고짜 반말 쓰고, 초면인데 함부로 질문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저는 어떤 청소년 기관이 아웃리치를 하면서 청소년들이랑 같이 릴스도 찍고 같이 놀면서 친해졌던 게 생각나요. 그렇게 친해지니 청소년분들이 직접 온라인 홍보도 해주시고 그랬어요.
류우: 맞아요. 청소년이 좋아하는 걸 무작정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그런 환경에 놓였는지 같이 이해하려고 해야죠. 그냥 욕부터 하면 그건 도와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욕하러 온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쏭쏭: 오늘 이야기 들으며 류우님이 왜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살아보려고 팸도 만들고, 정보도 공유하고, 다양한 기관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내왔던 시간이 류우님에게 어떻게 남았는지가 궁금해요.
류우: 사실 저는 탈가정해서 살아남으려고 나온 게 아니라 이렇게 살다 자살할 바에는 차라리 탈가정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는 게 낫지 않나 해서 나왔었어요. 그런데 나와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계속 살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그만큼 여러 가지 추억도 생겼어요.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기록: 쏭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