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청소년주거119 현장르포] 활동가 부동산 탐방기

2025-05-28


온 복덕방을 찾아오는 이들은 집을 구하려는 10대 청소년이다. 집을 나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거리에서, 지인의 집에서, 쉼터를 전전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해온 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정된 집을 찾기 위해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

온 복덕방은 홀로 거주지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의 곁에서 함께 집을 찾고 싶어 시작된 프로젝트다. 청소년의 초기 자립/독립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지원금과 여러 청소년기관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매번 청소년과 함께 신청해 볼 만한 주거지원 정책이 있는지 뒤져보지만, 나이, 시설 경험, 소득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 앞에서 막힌다. 정책은 있는데 문턱이 너무 높다. 결국 부동산에 연락을 돌려보지만, 돌아오는 건 ‘안된다’는 답뿐이다.

청소년 : 저...월세 알아보고 있는데요. 보증금 200에 월세 30인 방 있을까요?

중개인 : 200에 30이요? 월세 40까지는 보셔야 볼 방이 있을 텐데요.

청소년 : 음...40만원까지는 될 것 같아요.

중개인 : 언제쯤 보러 오실 거예요?

청소년 : 당장 보러 갈게요. 저...근데 미성년자인데 괜찮나요?

중개인 : 미성년자요? 당연히 안 되죠. 부모님이랑 안 오세요?

청소년 : 부모님이랑 연락이 어려워서요. 제가 찾아봤는데 계약 가능하다고 했는데...안 될까요?

중개인 : 무슨 말이에요. 어디서 그런 소릴 들었어요? 저희는 절대 안 됩니다. (뚝)

부동산 중개인과 집주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집 계약을 꺼린다. 보호자의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가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월세 체납 등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걱정한다. 여기에 청소년에 대한 막연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계약은 번번이 무산된다. 전화 한 통화마다 한숨이 늘어난다. 수십 통의 전화를 돌려 겨우 집을 보여주겠다는 부동산을 만나도, 막상 방문하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다시 거절당할 때 황망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활동가는 어쩔 수 없이 청소년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개인에게 부모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청소년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청소년지원단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믿어봐 달라 사정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중개인이 이해해주고 집주인을 설득해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결과는 다행인데, 뒷맛은 씁쓸하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하고, 온갖 설명과 설득 끝에 겨우 방을 구하는 과정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조심스레 ‘괜찮냐’고 묻는 활동가의 질문에, 청소년은 어깨를 으쓱이며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정말 괜찮은 건지, 괜찮아야만 하니까 괜찮은 건지 알 길이 없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해서 집을 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집 없는 사람에게는 일상이 곧 위험이다. 거리든, 시설이든 잠 잘 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경험 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한 몸 누일 집을 구하기 위해 청소년은 매번 누군가의 의심을 견뎌야 한다. 왜 집을 나왔는지, 왜 혼자인지, 정말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지. 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끝없는 질문 앞에서 자신의 삶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때로는 증명하듯 입증해야 한다. 단지 방 하나를 구하려는 일에 왜 이토록 많은 ‘이유’와 ‘조건’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이도, 듣는 이도 지쳐간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의심과 설득의 싸움이다. 단지 살기 위해, 자신이 ‘살 만한 사람’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청소년 주거권 운동을 하며 ‘보호’가 무엇인가 매번 되묻게 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왜 여전히 거리에서, 시설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를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가. 왜 이들은 ‘보호’말고 자유와 존엄을 외치는 걸까. ‘보호’를 위한 제도 아래, 왜 청소년은 살아갈 권리도, 거주할 권리도 보장 받지 못하는 걸까. 더 이상 청소년을 위한 ‘보호’라는 말이, 그들의 삶을 외면하는 변명이 되지 않길 바란다.

청소년과 집을 구하다 보면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함께 해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해주는 이들을 만난다.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뾰족한 해결책 하나 마련해준 것도 없는데 싶어 민망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 함께여서 다행이다’는 마음이 남는다. 그래서 온은 오늘도 온 복덕방을 찾아오는 청소년들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닌다. 여전히 집도, 돈도, 우리를 환대해주는 사람도 부족하지만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을 내놓지 않으니, 우리가 찾아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찾아다니다 보면, 언젠가 집도, 사람도 만나지겠지!


온 활동가_쏭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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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주거 119(청소년주거지원사업)'은 2025년 바보의나눔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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