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대어 사는 세상' 온의 후원인> 코너에서는 온이 지속적으로 청소년주거권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중한 분들을 소개드립니다. 청소년주거권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멋진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온과 함께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
온의 후원인에는 멋진 분들이 많이 계신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멋진 삶을 만들어가는 분들과 청소년 주거권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은 참으로 든든합니다. 청소년의 곁에서 힘이 되는 이 아름다운 분들 모두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 보며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그 중 첫 번째 분으로 밀양에서의 삶이 활동인 곽빛나님을 소개합니다!!
[유기농으로 하우스 농사 짓는 곽빛나님과 반려견 슈바]
온 : 어느 날 갑자기 온으로 연락이 왔어요. 밀양에 사는 분인데, 독서 모임 하는 곳에 '청소년주거권보장원칙' 포스터를 걸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지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신기한 인연으로 흥분했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이번 온을 함께 지어가는 후원인 소개의 첫 번째 분으로 곽빛나님이 생각났어요. 청소년 주거권 운동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소개도 하고 싶었어요.
제가 궁금해서 곽빛나님을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요. 이렇게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는 분이더라고요.
#환경운동가 #지역 활동가 #여성 페미니스트 #농부 #다랑이농법 #다랑협동조합 #농업 연구 #토종 품종 #씨앗을 지키기 #밀양송전탑반대 활동 #지역 청년들의 책읽기 모임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활동력을 가진 분으로 느껴져 오늘 만남이 더 기대되기도 했는데요. 곽빛나님이 직접 본인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빛나 : 안녕하세요, 밀양에서 살며 활동하는 곽빛나입니다. 저는 밀양에서 환경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환경운동연합에 속해 있으면서 밀양 송전탑 운동을 한거죠. 그땐 이 엉망인 세상에서도 함께 열심히 싸우면 세상이 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림도 없다는 경험을 하게 된거죠. 송전탑이 들어오고 활동이 전환되는 시점에 엄청나게 소진됐었어요. 그 당시 사회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등으로 여성 운동이 일어나기도 하는 때이기도 했기에 여성인 저로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엄청나게 했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환경 운동을 하면서도 제가 환경적이지 않다는 걸 계속 깨닫기도 했어요. 말로는 환경 운동가지만 맨날 자동차 타고 다니고 인터넷하고. 그 당시에 송전탑 대책위 하면서 핸드폰은 두 대나 들고 다니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을 했어요. 이렇게 건강하지도, 환경적이지도 않은 삶을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운동가로서 어떤 삶이 좋은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여러 고민 끝에 결국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자는 생활을 생각해 보게 된 거죠.
물론 처음에는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되니 여러 알바를 같이 해야 했어요. 힘들게 2~3년 혼자 농사를 짓다가 농사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과 다랑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청년들이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을 빌리기도 어렵고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거든요. 그럴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곳이 되었고, 도시 농부들과 농업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착취 구조에 들어가지 않도록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다랑이농법이나 토종씨앗을 심고 수확하면서 연구를 계속하기도 했어요. 청년 농부들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고민도 함께해 나가면서요. 계속 이런 것들이 가능하도록 사람을 모으고 함께 살고 있어요.

[밀양 감물리 쌀농사 후에 추수하는 곽빛나님]
온 : 빛나님의 다양한 관심사들은 삶과 연결되어 있네요. 계속 함께 할 사람을 모으고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빛나 : 농사는 혼자서는 안되거든요.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농사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 품앗이해주고 품앗이 받으면서 서로 일손을 도와야 가능한 것이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동안 해 왔던 운동 안에서 세상은 다양한 영역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고 함께 연대해서 무언가를 해야 세상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감각은 있었던 거죠.
원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정말 관심이 많았어요. 좋은 가치관이나 인권 감수성을 지역 안에서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마음을 맞춰가며 친구들과 살고 싶기도 해서 책 읽는 청년 모임을 만들었어요. 20대에는 여러 이슈도 많으니 마음과 가치관을 맞추며 모임을 하는 게 쉽지 않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들며 그 모임이 계속되었어요. 지금은 좀 더 나이 든 청년들과 ‘잩’이라는 새로운 모임을 꾸려서 모이고 있어요. ‘자태’는 ‘곁’이라는 뜻인데, 우정을 기반으로 한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운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저한테 줬던 다양하고 중요한 인권 감수성을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동인권, 기후 돌봄 등 다양한 인권 가치들을 지켜내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어떻게 함께 이 거친 파도를 지혜롭게 넘어갈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다양한 모임들을 만들면서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실천을 해 나가고 있어요.
[밀양청년들이랑 채식모임을 했을때]
온 : 밀양이라는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사는 이들과 다이나믹하면서도 진지하게 삶을 짓고 계시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빛나님의 삶과 청소년 주거권이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빛나 : 세상에 많은 분야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에게도 비빌 언덕이 필요한 만큼 초석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매년 후원을 어디에 할지 고민하고 결정을 하거든요. 매년 10개 단체에 후원하는데, 제 나름대로 파트를 정해서 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와 접점을 만드는 것을 애써 하지 않으면 내 삶에 매몰되어 주변을 잘 못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청년 모임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왜 나는 외국인 노동자 친구도 없고 청소년 친구도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좀처럼 접점이 잘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청소년 활동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 당시 장애인 탈시설 운동이 한창 얘기되고 있을 때였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이 혼자 자립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잖아요. 생각해 보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집도 직장도 있지만 아주 많은 부분에서 도움받으며 살고 있는데, 나는 뭐가 다른가 그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죠. 그때 한 기사를 통해서 청소년주거권운동에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걸 접했어요. 청소년은 자립해서 살면 위험하니까 시설에 살거나 위험한 집에서 나오지도 말라고 하는 사회, 없는 존재로 숨어 살게 하는 사회에 관한 얘기였어요. 제도로 위험의 장벽을 낮추고 자신들의 삶을 안전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띵 했던 것 같아요. 위험하면 덜 위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실패하고 좀 못해도 괜찮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잖아요. 기회를 마련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멋진 단체라면 후원해야지 생각했죠.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포스터를 보내달라고 연락을 드렸죠. ‘잩’ 모임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연결할까 기회를 엿보며 계속 조금씩 얘기를 하고 있어요(웃음).

[청소년주거권보장원칙이 걸려있는 밀양 빛나님의 공간]
온 : 세상을 향하는 관심과 삶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깊으셨으니 빛나님 눈에 청소년 주거권이 들어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빛나님이 경험하셨던 다른 청소년 운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밀양에도 청소년 관련한활동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빛나 : 한 5~6년 전쯤에 아수나로 청소년 활동가분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셔서 한동안 청소년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땐 지역사회가 청소년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같은 것이 필요하단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분도 청년이 되어 다른 운동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활동이 더 이어지지 못했어요. 그 외에는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잘 안 들려요. 특히 청소년이 탈가정하면 대구나 부산, 창원 같은 주변의 큰 도시로 다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안 보이고요. 분명 밀양에도 탈가정 청소년들이 있을 텐데, 지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창원에서 한 시민사회단체가 청소년 밥차를 운영한다고 들었거든요. 밥차 운영을 통해 탈가정 청소년을 만나고 그들이 겪고 있는 폭력에 같이 대처하기도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동안 밀양에서 밥차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러네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나 밥차 하고 싶었네(웃음).
온 : 빛나님이 청소년 밥차를 하고 싶다니 현실이 될 것 같아 엄청나게 기대가 되는데요. 그때가 되면 온의 회원 단체로 같이 활동해 주세요. 청소년주거권운동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빛나님에게 들었던 생각이 궁금합니다.
빛나 : 사람이면 누구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리고 그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해요. 이건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이게 20살이 된다고 짠 이뤄지는 게 아니죠.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계속해서 알아가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진짜 나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도 하죠. 사실 우리는 모두 평생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하며 나와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죠. 청소년에게는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하고, 이는 공동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틀을 만드는 것이 조금 귀찮거나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해서 그냥 막아버리는 게 아니라 안전한 틀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노력은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청소년에게 그런 기회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 엄청나게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좋겠어요.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도를 해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활동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옆에서 잘 응원하며 박수 치자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다랑협동조합으로 다랑이논 쌀농사를 함께 짓는 모습]
온 : 이제는 걱정과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청소년의 주거권을 실천할 때라고 말씀해 주시니 든든합니다. 그 외에도 밀양에서 온이 함께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빛나 : 세월호 시민 모임의 운영위원을 하고 있는데요. 이 모임에서는 세월호와 관련해서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을 정리하고 있어요. 지역의 전교조 선생님들과 책으로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고요. 온이 서울에서 활동하니 주로 수도권의 청소년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온에서 지역에 있는 청소년과도 함께 하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하거나 관련된 주제로 얘기할 수 있겠지요. 지역 청소년만의 특색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담긴 기획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온 : 그런 활동을 함께 만들며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후원회원으로 우리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먼 곳에 계셔서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현장에서 함께 활동하는 것처럼 같은 마음을 품고 있어서 정말 신기하고 든든한 만남이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 갈 활동이 기대되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빛나 :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사회에서 가장 손쉽고 가장 느슨한 돌봄은 후원이에요. 우리도 이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기대어 살고 있잖아요. 그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후원으로 작은 연결고리, 작은 서로 돌봄을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 작은 연결고리를 통해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잘 알지 못해도 삶에서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시면 오늘 온에 후원을 한번 시작해 보세요. 청소년 삶의 변화를 통해 나 또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11월 4일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 행사에도 많이 오세요~!

[11/4 온의 자립후원행사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를 응원하는 곽빛나님]
기록_미혜
<'함께 기대어 사는 세상' 온의 후원인> 코너에서는 온이 지속적으로 청소년주거권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중한 분들을 소개드립니다. 청소년주거권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멋진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온과 함께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온의 후원인에는 멋진 분들이 많이 계신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멋진 삶을 만들어가는 분들과 청소년 주거권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은 참으로 든든합니다. 청소년의 곁에서 힘이 되는 이 아름다운 분들 모두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 보며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그 중 첫 번째 분으로 밀양에서의 삶이 활동인 곽빛나님을 소개합니다!!
온 : 어느 날 갑자기 온으로 연락이 왔어요. 밀양에 사는 분인데, 독서 모임 하는 곳에 '청소년주거권보장원칙' 포스터를 걸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지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신기한 인연으로 흥분했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이번 온을 함께 지어가는 후원인 소개의 첫 번째 분으로 곽빛나님이 생각났어요. 청소년 주거권 운동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소개도 하고 싶었어요.
제가 궁금해서 곽빛나님을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요. 이렇게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는 분이더라고요.
#환경운동가 #지역 활동가 #여성 페미니스트 #농부 #다랑이농법 #다랑협동조합 #농업 연구 #토종 품종 #씨앗을 지키기 #밀양송전탑반대 활동 #지역 청년들의 책읽기 모임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활동력을 가진 분으로 느껴져 오늘 만남이 더 기대되기도 했는데요. 곽빛나님이 직접 본인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빛나 : 안녕하세요, 밀양에서 살며 활동하는 곽빛나입니다. 저는 밀양에서 환경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환경운동연합에 속해 있으면서 밀양 송전탑 운동을 한거죠. 그땐 이 엉망인 세상에서도 함께 열심히 싸우면 세상이 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림도 없다는 경험을 하게 된거죠. 송전탑이 들어오고 활동이 전환되는 시점에 엄청나게 소진됐었어요. 그 당시 사회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등으로 여성 운동이 일어나기도 하는 때이기도 했기에 여성인 저로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엄청나게 했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환경 운동을 하면서도 제가 환경적이지 않다는 걸 계속 깨닫기도 했어요. 말로는 환경 운동가지만 맨날 자동차 타고 다니고 인터넷하고. 그 당시에 송전탑 대책위 하면서 핸드폰은 두 대나 들고 다니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을 했어요. 이렇게 건강하지도, 환경적이지도 않은 삶을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운동가로서 어떤 삶이 좋은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여러 고민 끝에 결국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자는 생활을 생각해 보게 된 거죠.
물론 처음에는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되니 여러 알바를 같이 해야 했어요. 힘들게 2~3년 혼자 농사를 짓다가 농사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과 다랑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청년들이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을 빌리기도 어렵고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거든요. 그럴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곳이 되었고, 도시 농부들과 농업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착취 구조에 들어가지 않도록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다랑이농법이나 토종씨앗을 심고 수확하면서 연구를 계속하기도 했어요. 청년 농부들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고민도 함께해 나가면서요. 계속 이런 것들이 가능하도록 사람을 모으고 함께 살고 있어요.
[밀양 감물리 쌀농사 후에 추수하는 곽빛나님]
온 : 빛나님의 다양한 관심사들은 삶과 연결되어 있네요. 계속 함께 할 사람을 모으고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빛나 : 농사는 혼자서는 안되거든요.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농사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 품앗이해주고 품앗이 받으면서 서로 일손을 도와야 가능한 것이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동안 해 왔던 운동 안에서 세상은 다양한 영역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고 함께 연대해서 무언가를 해야 세상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감각은 있었던 거죠.
원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정말 관심이 많았어요. 좋은 가치관이나 인권 감수성을 지역 안에서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마음을 맞춰가며 친구들과 살고 싶기도 해서 책 읽는 청년 모임을 만들었어요. 20대에는 여러 이슈도 많으니 마음과 가치관을 맞추며 모임을 하는 게 쉽지 않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들며 그 모임이 계속되었어요. 지금은 좀 더 나이 든 청년들과 ‘잩’이라는 새로운 모임을 꾸려서 모이고 있어요. ‘자태’는 ‘곁’이라는 뜻인데, 우정을 기반으로 한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운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저한테 줬던 다양하고 중요한 인권 감수성을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동인권, 기후 돌봄 등 다양한 인권 가치들을 지켜내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어떻게 함께 이 거친 파도를 지혜롭게 넘어갈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다양한 모임들을 만들면서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실천을 해 나가고 있어요.
온 : 밀양이라는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사는 이들과 다이나믹하면서도 진지하게 삶을 짓고 계시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빛나님의 삶과 청소년 주거권이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빛나 : 세상에 많은 분야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에게도 비빌 언덕이 필요한 만큼 초석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매년 후원을 어디에 할지 고민하고 결정을 하거든요. 매년 10개 단체에 후원하는데, 제 나름대로 파트를 정해서 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와 접점을 만드는 것을 애써 하지 않으면 내 삶에 매몰되어 주변을 잘 못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청년 모임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왜 나는 외국인 노동자 친구도 없고 청소년 친구도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좀처럼 접점이 잘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청소년 활동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 당시 장애인 탈시설 운동이 한창 얘기되고 있을 때였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이 혼자 자립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잖아요. 생각해 보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집도 직장도 있지만 아주 많은 부분에서 도움받으며 살고 있는데, 나는 뭐가 다른가 그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죠. 그때 한 기사를 통해서 청소년주거권운동에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걸 접했어요. 청소년은 자립해서 살면 위험하니까 시설에 살거나 위험한 집에서 나오지도 말라고 하는 사회, 없는 존재로 숨어 살게 하는 사회에 관한 얘기였어요. 제도로 위험의 장벽을 낮추고 자신들의 삶을 안전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띵 했던 것 같아요. 위험하면 덜 위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실패하고 좀 못해도 괜찮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잖아요. 기회를 마련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멋진 단체라면 후원해야지 생각했죠.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포스터를 보내달라고 연락을 드렸죠. ‘잩’ 모임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연결할까 기회를 엿보며 계속 조금씩 얘기를 하고 있어요(웃음).
[청소년주거권보장원칙이 걸려있는 밀양 빛나님의 공간]
온 : 세상을 향하는 관심과 삶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깊으셨으니 빛나님 눈에 청소년 주거권이 들어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빛나님이 경험하셨던 다른 청소년 운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밀양에도 청소년 관련한활동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빛나 : 한 5~6년 전쯤에 아수나로 청소년 활동가분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셔서 한동안 청소년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땐 지역사회가 청소년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같은 것이 필요하단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분도 청년이 되어 다른 운동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활동이 더 이어지지 못했어요. 그 외에는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잘 안 들려요. 특히 청소년이 탈가정하면 대구나 부산, 창원 같은 주변의 큰 도시로 다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안 보이고요. 분명 밀양에도 탈가정 청소년들이 있을 텐데, 지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창원에서 한 시민사회단체가 청소년 밥차를 운영한다고 들었거든요. 밥차 운영을 통해 탈가정 청소년을 만나고 그들이 겪고 있는 폭력에 같이 대처하기도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동안 밀양에서 밥차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러네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나 밥차 하고 싶었네(웃음).
온 : 빛나님이 청소년 밥차를 하고 싶다니 현실이 될 것 같아 엄청나게 기대가 되는데요. 그때가 되면 온의 회원 단체로 같이 활동해 주세요. 청소년주거권운동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빛나님에게 들었던 생각이 궁금합니다.
빛나 : 사람이면 누구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리고 그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해요. 이건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이게 20살이 된다고 짠 이뤄지는 게 아니죠.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계속해서 알아가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진짜 나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도 하죠. 사실 우리는 모두 평생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하며 나와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죠. 청소년에게는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하고, 이는 공동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틀을 만드는 것이 조금 귀찮거나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해서 그냥 막아버리는 게 아니라 안전한 틀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노력은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청소년에게 그런 기회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 엄청나게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좋겠어요.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도를 해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활동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옆에서 잘 응원하며 박수 치자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다랑협동조합으로 다랑이논 쌀농사를 함께 짓는 모습]
온 : 이제는 걱정과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청소년의 주거권을 실천할 때라고 말씀해 주시니 든든합니다. 그 외에도 밀양에서 온이 함께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빛나 : 세월호 시민 모임의 운영위원을 하고 있는데요. 이 모임에서는 세월호와 관련해서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을 정리하고 있어요. 지역의 전교조 선생님들과 책으로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고요. 온이 서울에서 활동하니 주로 수도권의 청소년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온에서 지역에 있는 청소년과도 함께 하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하거나 관련된 주제로 얘기할 수 있겠지요. 지역 청소년만의 특색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담긴 기획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온 : 그런 활동을 함께 만들며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후원회원으로 우리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먼 곳에 계셔서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현장에서 함께 활동하는 것처럼 같은 마음을 품고 있어서 정말 신기하고 든든한 만남이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 갈 활동이 기대되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빛나 :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사회에서 가장 손쉽고 가장 느슨한 돌봄은 후원이에요. 우리도 이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기대어 살고 있잖아요. 그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후원으로 작은 연결고리, 작은 서로 돌봄을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 작은 연결고리를 통해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잘 알지 못해도 삶에서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시면 오늘 온에 후원을 한번 시작해 보세요. 청소년 삶의 변화를 통해 나 또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11월 4일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 행사에도 많이 오세요~!
[11/4 온의 자립후원행사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를 응원하는 곽빛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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