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현장르포] 함께 했던 그녀를 기억하며_추모의 이야기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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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장르포에서는 '도넛'으로 활동하였던 청소년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그녀의 이야기와 온에 남겨진 다짐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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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은 그녀와 네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내고, 다시 찾아온 봄이었습니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밥 먹기로 약속한 날, 그녀를 화장터에서 만나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그녀가 바꾸고 있었던, 바꾸고 싶었던 세상을 기억하고 다짐하고자 추모의 글을 적어봅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정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엄마에게 커밍아웃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 집에서 나가’였습니다.

살고자 문을 두드렸던 쉼터들에서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몸으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수많은 일터에서 여성의 모습으로 남성 신분증을 내미는 그녀를 거절했습니다.

 

그냥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며 집에서 살지 왜 나와서...

그래도 청소년 쉼터 있다던데? 거기 가면 되겠네...

자립에는 의지가 중요해. 자기 삶 책임지려면 돈 벌어야지...

 

세상은 묘하게 그녀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듯, 그리고 적당히 응원하는 듯해 보이지만 

이러한 말과 시선들은 세상 앞에 용기 낸 그녀를 더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그녀는 온과 함께 그런 세상에 맞서 싸웠습니다.

가구 분리를 위해 가정폭력을 입증하고, 

긴급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지금의 불안정한 삶을 증명하고 앞으로 자립해 나갈 삶을 설명했습니다. 

그 시간은 때로 구질구질했고 상처도 받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냈습니다.

 

그녀는 온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폭우로 온몸이 다 젖은 날, 다른 주민센터에 잘못 찾아간 걸 알고 당황해하는 활동가에게 휴지를 건네주었습니다.

무기력과 우울이 덮쳐와서 움직이기 힘든 날에도 청소하자고 집에 찾아가면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청소하고 

돌아가는 길에 와줘서 고맙다고 먼저 카톡을 보내주었습니다.

명절에 같이 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도 같이 들으러 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귀여운 고양이 사진도 공유하며 우리는 그렇게 일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와 토크쇼 등 다양한 자리에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싸워온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왔습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이해는 못 해주더라고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듬해보다 빨리 찾아온 벚꽃을 이제는 그녀와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 따뜻하고 다정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그녀가 없다는 것이,

생일을 축하하며 밥을 함께 먹지 못한 것이 여전히 가슴 깊이 사무치게 슬픈 봄입니다.

 

청소년 혼자 버티며 생존하라는 사회에 균열을 내고 있던 그녀를 기억하겠습니다.

청소년을 원가정이나 시설로만 외롭게 밀어 넣지 않게 하기 위해 남겨진 사람의 몫을 하겠습니다.

더 이상 세상의 불이익을 홀로 외롭게 짊어져야 하는 이가 없게 곁이 되어 투쟁하겠습니다.

 

그녀의 명복을 빕니다.

 

2026년 4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주소 (08850) 서울특별시 관악구 난우16길 17, 2층

전화 02-863-8346

이메일 yhousingrights@gmail.com



© 2024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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