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청소년주거119 현장르포] 감자의 공공임대주택 입성기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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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야기를 시작하며 

감자 : 안녕하세요. 저는 삶과 배움을 포기했었던 18세 감자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가정의 상황이 힘들다 보니까 배움을 포기하게 되었어요. 

당장 먹고살아야 되니까 주 6일을 매일 16시간씩 일을 했어요. 그때는 나를 몰랐고 내가 선택하는 삶이 아니라 그냥 가족들이 힘드니까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부모님한테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받았고 삶을 포기해서 자살 시도를 몇 번 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재판을 받아서 보호 처분을 받아 분류심사원에 갔었어요. 여기는 잘못을 안 해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내지기도 해요. 갇혀 있어야 하는데 당연히 들어가기 싫었죠. 저는 그때 당시에 이미 삶을 놔버린 상태였어요. 그러던 중 선생님께서 ‘한 번 넘어지는 인생은 있어도 앞으로 계속 계속 넘어지는 인생은 없다. 그러니까 니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 이런 얘기를 해주셔서 나도 진짜 잘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졸인게 너무 부끄러웠거든요. 학업에 집중 하고 싶다고 편지를 써서 요청했고, 사설 정신병원으로 갔어요. 거기서 6개월 동안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어요. 검정고시를 독학으로 취득했죠. 이를 악물고 울면서 했어요. 가족도 없고,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공부만 전념해서 엄청 열심히 했어요. 

시연 : 그래도 과거형인 이유는 힘들게 버틴 시간을 통해 지금의 내 삶을 지켜가고 있다는 뜻도 있는 걸까요? 삶이라는게 내가 살 집이 있어야 이어올 수 있기도 하잖아요. 

감자 : 네 맞아요. 지금은 삶과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시연 : 현재는 어떤 집에서 살고 있고, 지낸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감자 : 수원에 있는 투룸 전셋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20일 정도 된 것 같아요. 옛날에 원룸에 혼자 살아봤거든요. 한 평짜리 공간 안에 계속 있는 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맨날 그냥 이유 없이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원룸 자체가 정신적으로 안 좋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여기는 집을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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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한 집(왼쪽_침실, 오른쪽_거실)

2. LH 전세임대 신청

시연 : 입주를 축하해요! 지금 집은 LH 전세임대주택이지요? 어떻게 알고 신청하셨는지 궁금해요. 

감자 : 저희 본가가 LH 집이라 대충 알고 있었어요. 쉼터에 있다가 가정 복귀를 했는데 갈등과 위험한 상황이 계속 생기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어서 LH를 찾아봤어요. 그리고 쉼터 같은 곳을 경험해 본 애들은 LH가 익숙해요. 쉼터에서 LH로 연계를 해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LH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LH가 정확하게 뭔지 잘 모르죠.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거든요. 쉼터에서 친구들끼리 ‘나 여기서(쉼터) 2년 살면 집 나와’ ,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자취할 거야?’ 이런 이야기 많이 해요.  


시연 : 신청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지원 자격이나 내용을 이해하는건 어렵지 않았어요? (난이도★★★☆☆) 

감자 : LH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2주 ~ 3주 동안 계속 알아보고 찾아봤던 것 같아요. 제가 수급가구여서 신청 자격은 되지만 나이가 어려서 안되더라고요. LH 상담사분한테 전화해서 아직 만 18세 인데 신청할 수 있냐 물어봤더니 취업 준비생 전형으로 넣으면 된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고 보니 사이트가 너무 복잡한 거예요. LH 상담사한테 다시 전화했더니 화면 보고 같이 해보자고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어요. 

시연 : 쉼터 선생님한테 LH 신청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으셨어요? 

감자 : 선생님은 워낙 바쁘신 것 같았고, 저는 시설 보호 종결 전형은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기 좀 그랬어요.


시연 : 서류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난이도★★★★☆)

감자 : 제가 잘못된 서류를 제출해서 3~4번을 계속 다시 보냈어요. 그러면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가족관계 증명서도 종류가 나누어져 있더라고요. 상세 버전을 다시 떼서 제출한다든지, 화질 때문에 다시 보내기도 했고요. 서류는 혼자 해결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3. 집을 찾고 계약하기

시연 : 실제 집을 보러 다니는 과정은 어땠나요? (난이도 ★★☆☆☆ (만약 혼자 해야 했다면 ★★★★★) )

감자 : LH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저는 남자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었거든요. 안 되면 어쩌지 싶어 엄청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LH에 들어갈 수 있다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죠. 그런데 이제 100만원 보증금 준비랑 집을 알아봐야 하는 게 막막하고 걱정이 되었어요. 그때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주거119 사업을 알게 되었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온 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잖아요. 해결이 되어가니까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신이 주신 기회다! 일단은 부동산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어요. 제가 어리다 보니까 피해 보기 쉬운 위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약서도 볼 줄 모르고 전세사기 같은 것도 무서웠고요. 피해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혼자 집을 보러 갔는데 나중에는 온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시연 : 계약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긴장되거나 걱정됐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난이도 ★☆☆☆☆ (만약 혼자 해야 했다면 ★★★★☆)

감자 : 계약하는 날 LH에서 담당 법무법인 직원, 부동산 이모, 집주인분이 같이 오셨고 어렵지는 않았어요. 설명도 잘 해 주시고 옆에 청주넷 콜리 쌤도 계셨거든요. 쌤이 없었다면 그 자리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쌤도 그때 같이 긴장했었던 것 같아요. 미성년자여서 계약이 안 되거나 복잡해질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시연 : 감자님이 미성년자지만 LH에서 신청할 수 있는 조건대로 하니까 계약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상황이네요?

감자 : 네.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학생증을 들고 갔는데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어요.


4. 입주하기 

시연 : 입주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 혹은 도움을 받았던 순간이 있었나요? (난이도★★★★☆)

감자 : 생각보다 물품값이 짜잘짜잘하게 너무 많이 나가요. 집에 있을 때는 그냥 당연히 있으니까 돈이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그냥 모든 게 돈인 거예요. 콜리 쌤이랑 다이소 쇼핑을 하고 침대도 샀어요. 가전, 가구가 부족했는데 청주넷에서 자립지원관을 연결해 주셨어요. 자립관에서 세탁기랑 냉장고를 지원받았어요. 입주하는 날은 콜리 쌤이랑 친구들이 청소를 도와주었어요. 다들 너무 고마웠죠.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정말 온 마을의 도움을 받았죠. 모두가 도와주었음에도 입주 체감 난이도는 4점이에요. 아무도 없었다면 10점? 혼자 해야 한다고 하면 도망갔을 것 같아요. 

시연 : 공과금도 챙겨야 하잖아요. 

감자 : 맞아요. 도시가스 연결 하는 것도 콜리 쌤이 도와주셨어요. 이제 고지서를 잘 챙겨야 해요. 


5. 도움을 요청하고 연결되는 과정

시연 : 기관들과 어떻게 연결되었나요?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감자 : 집에 있을 때는 엄마가 가위로 위협하기도 해서 멘탈이 많이 나가있었어요. 많이 울고 무너졌었거든요. 저는 어른을 믿지 않아서 학대를 받아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요. 어른한테 상처를 많이 받다 보니까 경계를 많이 했죠. 치료시설을 나와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 이제는 혼자 하는 게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알아보다가 꿈드림, 늘푸른의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그때 제 옆에 쌤들 덕분에 엄마한테 받은 상처에 대해서 연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굳이 엄마를 미워하지 말고 일단은 엄마랑 잠시 거리를 둬야겠다 싶었어요. 세상에는 엄마라는 어른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다시 만나야겠다 싶어요. 제가 원래는 배움을 일찍 포기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원래 제 인생 목표는 돈이었거든요. 다시 내 인생의 목표를 잡아보면서 나도 도움을 받았던 수혜자로서 나도 나중에 사회에 환원을 하고 싶다는 꿈이 명확해졌어요.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을 꿈꾸고 목표가 생기니까 지금 다시 공부를 하고 있어요. 고졸 검정고시는 땄지만 대학에 가려면 점수가 더 높아야 하거든요. 


6. 사회에 바라는 점

시연 : LH 전세임대 신청부터 입주과정까지 ‘혼자서는 정말 못 했겠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감자 : 오히려 그런 과정 하나하나보다는 그걸 버틸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해요. 제가 만약에 그때 힘들다고 저를 포기했더라면은 이 과정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 과정 자체를 보낼 수 있게 나를 잡아주거나 그냥 마음적으로 힘이 되어 주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지나온 게 아니잖아요. 도움을 받기 위해 많이 찾아다녔고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시연 : 아까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신 것처럼, 한 곳이 아니라 두루두루 다양한 곳들이 필요하겠네요.

감자 : 맞아요. 꿈드림에서도 상담을 했고 늘푸른, 자립 지원관, 동사무소도 도와주셨어요. 여러 분야에서 다 도움을 주시니까 저도 같이 포기를 안 하고 이 과정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위기 청소년이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한테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도와주거나 지지할 수 있는 어른들이 많이 필요해요. 저는 다양한 자리에서 박탈감을 많이 느꼈었어요. 안정적이고 평범한 가정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라왔으니 스스로가 불행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게 부당한지 모르고 부모님한테 맞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엄마가 아닌 다른 어른들이 ‘너는 소중한 존재야.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돼’라고 하니까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시연 : 이제 새롭게 감자님만의 보금자리를 꾸려 살아가게 되는데 기대나 걱정이 있다면?

감자 : 이 집이 처음에는 냉장고도 없어서 음식을 해먹을 수도 없어서 친구네 집에 계속 있게 되었어요. 에어컨도 없어 더우니까 집에 잘 안 오게 되더라고요. 그게 습관이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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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없어 냉풍기를 중고거래로 구했고, 창문을 열어야 사용이 가능해서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붙여서 쓰고 있는 중


시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감자 : 청소년은 주거 계약을 못 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물론 이게 보호와 자유가 있는 인권이 충돌하는 문제일 수 있죠. 그런데 저처럼 사각지대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은 이미 인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냥 저는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아야 된다는 이유로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이 되게 많다 보니까 시설에 간 친구들이 오히려 차라리 그냥 집에서 맞고 살 걸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이런 데 올 바에는 내가 조금 더 참을 것 같기는 하거든요. 근데 저는 그것 자체가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자취를 하는 거 자체가 위험하다 생각해서 못하게 하는 거잖아요. 근데 반대로 맞고 살면서 위험에 노출되거나 아동 학대로 죽는게 더 위험한 거 아닐까요? 집을 나온다고 해서 그냥 너 혼자 살아 하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동사무소, 자립지원관 같은 곳에서도 한 번씩 보며 계속 안부 연락하고 그러는 게 오히려 저는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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