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온라인에서 북적북적'_청소년을 둘러싼 시설사회

2025-08-26


지난 여름밤, 온은 '온라인에서 북적북적'이라는 소규모 북토크를 했는데요. 책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때의 북적북적한 시간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청소년 주거권 수다회, 3년의 기록' _집 밖에서 집을 찾다 /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 책을 읽고 각자의 마음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남겨져 있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청소년을 둘러싼 시설사회'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시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떠나온 '그 가정'과 학교를 비롯하여 청소년이 마주했던 다양한 장면에서 청소년은 어떤 존재로 대해지고 있을까요? 사회에서 '청소년은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해' 라며 보호와 통제 사이에서 드러나는 혼란스러움은 무엇일까요? 청소년 탈시설 사회의 문을 조금 더 확장하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들을 보태어 봅니다. 


첫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의 김경서님을 초대했어요. '청소년에게 가족은 어떻게 시설이 되는가' 라는 제목으로 가족 안에서의 시설성에 대해 풀어주셨어요. 


‘말 안 들을 거면 이 집에서 나가!’ 부모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청소년이 쉽게 듣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죠. -집 밖에서 집을 찾다 39p.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장이죠. '말 안 들을 거면 나가!' 가정 내에서 권력은 돈을 벌어오는 사람(대다수의 경우 아버지)에게 생기고 그 규율을 거부하는 청소년은 '시설'이라는 장소로 퇴출되죠. 누군가를 퇴거시키는 권력이 자본으로부터 나온다는 사회의 규칙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설'은 어디까지나 '가족'이라는 정상규범으로 복귀 시키기 위한 임시거처일 뿐 '대안'이 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경서님은 <시설사회>를 인용하며 가족이라는 정상성의 장소에서 탈락된 사람들만을 시설에 분리적으로 수용할 때 시설은 은폐되고 감금된 부정적 장소로 환원되고,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시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가정폭력 가해자를 집으로 돌려보낸다면 피해아동에게 집은 ‘시설’이나 다름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각각 비정상과 정상으로 환원되는 '시설'과 '가족'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지만을 제시하는 것이 결국 모든 선택지의 '시설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하셨어요. 


"가족이면 안되는 상황과(빈곤 가정의 부양의무자, 코로나로 인해 집에 격리되었을 때 가정폭력 피해자 수 급증) 가족이 아니면 안되는(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 늙어서 고독사한다..) 이 두가지 상황은 모두 피할 수 없다는 면에서, 다시 말해 가족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서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둘다 근본적으로 개인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가족에게 전가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렇게 돌봄과 부양을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적인 일로 치환시킬 때, 바로 그때 가족의 시설화가 진행됩니다."- 경서님 발제 중


제3의 선택지가 있고 청소년에게 '가족'이 아니어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 가족이 시설로 기능할 필요가 없어지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두번째 이야기 손님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에서 활동하시고 고등학교 교사이신 조영선님입니다. 

'누가 나의 ______________한 특성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 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열어주셨어요. 다들 떠오르는게 나의 모습들이 몇가지 있으신가요? 우리는 사회에서 각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집에서 만큼은 가면을 벗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죠. 청소년은 집과 학교에서 어떤 가면을 쓰기를 강요받고 있을까요? 


학교 복도에 놓인 의자에 학생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교사가 지적하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시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부재한 학교의 책임보다는 공개적 공간에서 사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더 자연스러운 구조의 아이러니함을 짚어주셨어요. 덧붙여 학교 교사의 감시 노동의 난해함을 설명하시며 책에서 드러나는 시설 종사자의 통제와 감시 노동을 연결하여 설명하셨죠. 감시는 학생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살피기 위해 '감지'하는 것이 될 수 없잖아요. 시설이든 학교든, 가면 없이 편하게 있을 수 없는 공간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지적하기 보다 그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함께 나눠야 하는 안전한 돌봄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학교에서도 지원을 미끼로 질서에 순종하기를 종용해요. 성적의 자본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경쟁을 하고 관심없으면 나가게 되는 것이죠. 시설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시설 종사자에게 인정받거나 그렇지 않은 청소년 사이의 갈등이 책에서도 나오잖아요. 그런 갈등을 종용해야 하는 저의 위치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런 폭력의 구조를 배우는 시설이나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학교나 시설은 순간순간의 유대감이나 편안함도 허락되지 않으니 결국 가출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출팸이 더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시설이나 학교는 가출팸이 주는 안정감 만큼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구나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영선님 발제 중

이번 모임에는 낭독을 사전에 신청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책을 읽으며 함께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발췌해서 읽어주시고, 남겨진 마음을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소규모로 진행했던 만큼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고루고루 청해 듣고 나눌 수 있었어요. 보란님과 난다님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철저하게 보육원에서 관리하잖아요. 규정에 맞춰서 살아야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시설에서 퇴소하게 되면 이런 거 다 혼자 해야 하니까 ‘미리미리 해야 한다’고 말은 이렇게 해 주시지만 시설 안에 있을 때 충분히 겪어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거 다 우리가 해 줄게’하죠. 그러다 만 18세가 되면 다 손을 놔 버리는 것 같아요. 높이뛰기 할 때 넘어져도 매트가 있다는 걸 아니까 다시 뛸 수 있는 건데 시설을 나가고 나면 맨땅에 높이뛰기 하는 것 같아요. 넘어지면 받쳐줄 것도 없으니까.” (하민) - 집 밖에서 집을 찾다 p.138

'보호를 제공하거나 받는 권한이라는 것이 주체에게 없다'라는 것이 이 문장에서 가장 크게 관통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이중적인 구속이 사회 안에서 계급을 가르고 그런 정체성에 따라 정상가족의 범위 내의 사람과 정상가족 외의 사람들을 차별하게 되는 것이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 보란님


이 사회에서 어린 사람들의 존재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요. 노키즈존은 마치 어린 사람들은 학교, 시설, 가정 안에서만 생활할 수 있어 라고 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도 서로 자유롭게 관계하며 만나거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비청소년들은 관심도 없고 그들을 만날 일이 없게 되죠. 서로에게 노존인 상태인 셈이에요.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활동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소수의 사람들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가 또 만나면 좋겠어요. - 난다님


학교 교사, 시설 실무자, 장애탈시설 활동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함께 했던 자리였는데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야기들이 보태지고 서로 연결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청소년의 시설사회를 타파해가기 위해 더 많은 엮임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탈시설" 이야기에 가까워진 것 같은 부담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한 참여자의 후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책을 읽으셨던 독자 분들도 비슷한 부담감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ㅎㅎ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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