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을 통해 남겨진 이야기(2)

2024-11-04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 BOOK2]


전문적 기술보다 관계 맺기로 - 「래디컬 헬프」를 읽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회원,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유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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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더이상 가정에서 살 수 없을 때, 시설과 거리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기본적 고민이다. 탈시설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야 되는데, 과연 현 시점 한국사회는 이것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탈시설공부모임에서 두번째로 잡은 책이 바로 힐러리 코텀의  [래디컬 헬프]다. 사회복지의 역사이자 선진국인 영국의 사례는 한국 사회복지 측면에서 보면 넘사벽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최근 관료화 된 영국의 사회복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영화 “나, 다니엘 브레이크”를 보면서 와… 영국의 사회복지가 저런 지경이라고?? 하는 생각을 사회복지 전공자라면 했을 것이다. 그만큼 2차 세계대전(1939~1945) 와 중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베버리지 보고서(1942)를 통해 적극적 복지 정책의 기초를 마련한 영국은 이제 막 복지의 걸음마단계에 있는 우리에게는 전공 교과서에서 접한 복지의 기본이자 시초 같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복지의 역사인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본으로 한 영국의 사회복지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 책은 단순히 이론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안을 실천해봄으로써 경험한 변화와 한계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첫번째 실험으로 제시된 한부모 가족인 엘라는 4명의 자녀를 둔 한부모이다. 그녀에게는 73명의 전문가와 20개의 서로 다른 관계기관 및 서비스 부서가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녀와 가족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며 그녀는 더이상 서비스에 부정적이다.

엘라에게 연결된 수많은 사회복지, 교육, 돌봄, 의료 서비스들은 분절되어 있고 매뉴얼화 되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범위가 명확하며 문제 상황을 처리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히 서비스는 반복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엘라네 가정의 모든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있고 연결된 반면, 전문적이지만 각기 특정 문제(딸의 임신, 아들의 학대피해, 막내딸의 문제행동, 엘라의 구직과 건강 등)에만 개입하고 전체적인 부분을 연결하거나 총체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복지시스템은 일시적인 현상만을 다룰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회복지시스템은 어떤가?

한국사회의 많은 정책들은 “있는듯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수많은 복지 정책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는데, 실제 활용해야 하는 현장 담당자(전문가)도 모르거나(홍보와 교육 부족), 활용하려고 해도 예산이 부족하여 종료되었거나, 조건이 까다로와 해당되지 않는 경우이다. 혹은 현실과 동떨어져 실제 당사자로부터 외면 당한다.

탈가정한 청소년을 위한 쉼터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규제나 규율로 청소년이 찾지 않는다거나, 주거급여, 월세 지원이 있지만 청소년들은 자격조건이 맞지 않는다거나, 청소년위기지원이 있지만 현장 담당자가 모르거나 예산이 없는 경우 등이다.


“래디컬 헬프”는 무엇이 다른가?

저자와 그 팀은 엘라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같이 거주한다. 그 동네에서 살면서 엘라네 가족이 느끼는 것을 그들도 느낀다. 엘라에게 이걸 할지 저걸할지 가능한 옵션을 주고 고르라고 하는 대신, 엘라의 얘기를 듣고 그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묻고 돕는다.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가 아닌, 자기 삶을 스스로 계획하는 “당사자”로 보는 것이다. 서비스 계획을 세울 때, 복지사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세우도록 하되, 이를 돕는다. 모든 활동의 중심이 서비스 제공자에서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에게로 어떻게 옮겨가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적이다.

그와 동시에 이 책에서는 도대체 이 단어를 몇번 썼을까? 세고 싶어지도록 “관계”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래디컬 헬프의 핵심은 첫째도 관계, 둘째도 관계, 셋째도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이웃과의 관계맺기, 활동가와 당사자의 관계맺기, 다양한 차원으로 관계 확장하기(교량적 관계맺기) 등이 그것이다. 모든 것을 정부지원이나 세팅된 정책과 서비스 제공으로 해결하려던 것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일회적, 표면적 문제 해결이 아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생각하겠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이전 탈가정 청소년을 지원하던 “엑시트 버스와 자립팸 이상한 나라”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사업인 일시 쉼터 중에도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이동형 쉼터(버스)”가 있다. 그 이동형 쉼터와 엑시트 버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겉으로 보면 동일한 사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운영 원칙과 방법이 매우 달랐다. 이동형 쉼터는 밤10,11시까지 보통 운영하는데, 엑시트는 새벽2시까지 운영하였다. 밤 10시, 11시 이후 차가 끊긴 뒤에도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이 진짜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기관들은 기본적인 정보 확인(가출신고 여부 등)이 필요하다면 이를 꺼리는 청소년들을 위해 엑시트는 이러한 절차를 없애고 좀 더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세부적인 규칙과 매뉴얼 대신 그 틈을 메우는 것은 활동가와 청소년들의 지난한 “관계맺음”이었다. 결국 엑시트와 자립팸이 왜 특별했지? 라고 물으면 모두 이 “관계”를 떠올렸다. 좋은 돌봄이란 감정노동이다.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 엑시트가 하는 지원의 핵심적인 요소였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감정 노동을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요소로 여기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지원하는 부분은 감정 노동의 영역이구나를 인정하며 활동했다. 그것이 사실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도 휴먼서비스 전문직 분야에서 거리두기를 중시하지만 사실 그것이 전문가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의미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이러한 일은 한명의 개인적 노력과 힘으로 되지 않는다. 반드시 팀을 꾸려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활동팀인 “라이프팀”의 경우 그 멤버 구성에서부터 활동원칙, 과정 등을 이전의 지원 전문가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구성한다. 예를 들어 팀멤버 면접에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게 한다거나, 80%를 행정업무로 쓰는 기존의 방식에서 80%를 무조건 당사자를 만나는데 쓰도록 한다는 등의 원칙이다. 긴급 위기 지원의 경우는 특히 개인 활동가에게 책임이 전가될 경우, 그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고 결국 몸을 사리는 방식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다고 활동가들은 입모아 얘기한다.


결국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얘기이다.

사회복지 혹은 지역사회 케어가 전문성, 체계성, 매뉴얼, 질관리를 논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놓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1.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주체성, 주도성)
  2.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확장하여 서로 협력하는 일
  3. 좋은 멤버를 구성하여 팀으로 지원하는 일

한국사회가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과 이렇게 만나는 “라이프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사회복지사인 나는 나의 관계를 이들에게 열어 이런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가? 획기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이 원칙들이 너무나 래디컬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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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18 힐러리 코텀의 「래디컬헬프」을 함께 읽으며 청소년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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