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을 통해 남겨진 이야기(1)

2024-11-04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그동안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온 한국사회의 청소년 보호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 해왔고 이 과정에서 '탈시설'은 항상 중요한 키워드였다. 하지만 '탈시설'은 온에서도 청소년 탈시설을 막연하고 괜스레 꺼내기 어려운, 조심스런 이야기로 남아있었다. '탈시설'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쌓여가던 중 22년 하반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키워드를 마주해보기로 했다. 청소년 주거권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단위의 이들이 만나 청소년 탈시설 운동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함께 고민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청소년 지원현장의 고민과 인접 운동에서 해왔던 시도를 길잡이 삼아 청소년 탈시설 언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자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이 모임은 2022년 11월 24일부터 2023년 8월 24일까지 월1회, 총 10회로 진행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모임에서의 고민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상상하고 싶은 욕구로 이어져 9월 14일 ‘지원주택과의 만남’을 하게 되기도 했다.


1년 동안 ‘시설사회-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 ‘래디컬헬프-돌봄과 복지제도의 근본적 전환’, ‘자립을 위한 집’ 세권의 책을 읽으며 ‘시설사회’, ‘돌봄’, ‘지원주택’을 ‘청소년’과 연결하고 고민하며 탈시설로 향하는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되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세 명의 활동가가 세 권의 책을 읽으며 나눈 고민을 정리해 주기도 하였다.

이제, 이 공부모임을 시작한 첫날 나누었던 기대를 공유하며, 첫번째 책 ‘시설사회와 청소년’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건물’, ‘기관’으로서의 탈시설을 넘어 ‘시설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청소년이 있는 모든 곳이 시설이 되기도 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청소년을 지원하는 현장이 시스템 안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갖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의 체념을 넘어서고 싶다.”


“‘우리 기관’, ‘다른 시설’의 프레임에 갇혀 이상한 구분짓기를 안 하면서 탈시설 얘기에서의 복잡한 이야기를 다 나누고 싶었다.”


“시설이 아니면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걱정과 염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안에 각자 있는 다른 자리에서 경험과 고민을 나누면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정책적으로는 너무 당연하다 생각하는데, 삶의 현장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현실적 지원을 상상하고 싶다.”


“청소년 주거권 운동에서의 탈시설은 무엇인지, 우리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세상과 함께 얘기 나누고 싶다.”   


 (2022년 11월,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 첫 시간에서)







2022년 11월,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을 제안하며..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 BOOK1]


「시설사회 - 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을 함께 읽고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회원, 인권교육센터 들 지나


우리는 세번의 모임을 통해 <시설사회>를 읽고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장애운동의 주요 이슈는 ‘성과 재생산, 의존과 돌봄, 탈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시설의 다양한 관계성을 드러내며 시설의 형태와 관점, 한계를 담아 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도 청소년 주거권에 시설사회의 담론을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1) 미성숙담론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삶의 주체적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실수와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는 청소년에게 ‘네가 잘되라고 그런거지’, ‘네가 고생할까봐’라고 이야기하며 ‘보호’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차단시킵니다. 기회가 차단된 청소년들에게는 성숙할 기회마저 빼앗기게 되고 다시 미성숙한 존재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숙해 가기 위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지요. 미성숙담론은 청소년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주거를 제한합니다. 그리고 청소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되지 않았는데 사회가 정한 기준이나 일정 나이가 지나면 홀로 살아야 한다며 그나마 제공하던 지원마저 일방적으로 철회합니다.

미성숙담론 아래 차단되고 있는 권리들을 다시 상기하고 보장될 수 있도록 이야기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성과 재생산

탈가정 청소년들이 거주하게 되는 청소년 거주시설 내에서 허락되어지는 것과 금기되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 자기표현으로 젠더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청소년의 섹스, 욕망은 불온한 것으로 치부되어지며 금기시 되어집니다. 장애인을 성적 주체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3)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의 형태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의 문제는 지원할 수 있는 가족 형태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시기를 보내게 되는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가족을 벗어나는 것 자체로 문제적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쉼터의 경우에도 원가정 복귀를 기관의 목표로 삼기도 합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 청소년이 가족을 벗어난다는 것은 시설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경제적 자원과 지지체계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시설의 목표가 원가정 복귀인 것을 흔하게 접합니다. 원가정을 회복시키겠다는 이야기의 전제는 모든 부모는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부모가 그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것을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더 이상 책임지는 부모를 만나는 ‘행운’에 모든 청소년들의 삶을 맡겨 놓을 수 없습니다. 원가정에만 몰두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원가정 밖에 있는 주거와 삶을 위한 지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자녀를 돌보기 어려워하는 부모의 삶과 양육에는 개입하지 않고 아동을 시설로 보내는 방식으로 아동의 삶에만 개입하고 있습니다. 원가정 복귀가 답이 아닌, 청소년에게 지금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성숙담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에 청소년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자기 결정권이 없다고 보는 거소지정권, 행위능력 제한 등에 대한 법제도들의 문제를 짚어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친인척 위탁이든 입양이든 아동 청소년의 돌봄의 책임은 가정에만 맡겨져 있는데, 이제는 가정이라는 개별적 공간에서 사회적 돌봄으로 확장하여 이야기해야 합니다.


4)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학대

아동 청소년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학대의 경우, 부모, 친척, 교사 등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가족 내에서 착취나 폭력을 경험하면서도 그 관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관계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폭력, 방임 등 불안정한 관계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안정적인 관계에 의미를 더 두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상적으로 가정 내에서 폭력을 경험하면서 부모가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돌봄의 경험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관계의 지속은 다른 친밀성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평등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관계망이 없을 때 ‘가족’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에 대한 환상, 원가족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때 원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정리하기까지의 적절한 질문과 재해석을 도울 수 있는 조력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할 때 원가정에 대한 미련이나 불안도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하여 좋은 사람을 만나고 알아보는 안목, 관계 맺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폭력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보호망이 사라지거나 오히려 나를 해치는 존재가 되는 경험을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헤아려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5) 탈시설

기존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주는자와 받는자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받는자를 범주화하고 시설이라는 공간에 몰아넣는 방식이었다면, 탈시설운동은 받기만 하는 존재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복지제도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사회복지제도의 설계들을 다시 해체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급진적 운동입니다.

자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관계를 형성할 때 자원이 있는 사람에게 권력이 쏠리게 됩니다. 현재는 시설을 유지하는 권력을 가진자는 국가, 시설운영주체, 비청소년입니다.

시설사회 18페이지 홈리스 상태를 권력에서 배제되거나 안전감을 가지지 못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청소년은 집에서도 시설에서도 어디에서나 권력으로부터 밀려나있으니 ‘홈리스 상태’이기도 합니다.

사회는 가정, 학교, 시설 등 청소년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를 강제하며, 불구화된 존재로 만들어 갑니다. 강제 된 장소에서는 통제를 강요받고 ‘통제 가능한 몸’으로 만들어집니다.

시설에서 일어나는 통제방식은 필연적입니다. 종사자 처우가 개선되고, 시설 건물이 좋아진다고 구조적 한계가 소거되지는 않습니다. 시설이라는 장소가 가진 룰, 원칙이 먼저고 그 안에 사람을 넣게 되면 시설의 비인간성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미혼모시설, 학교 기숙사 등 다수의 인원을 관리해야한다는 명목으로 통제가 정당화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시설사회 p27에서는 특정한 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의미로 ‘시설화’라는 개념을 말하고 있습니다. 주거권을 포함하여 청소년의 사회적, 법적, 관계적 조건을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야기 되어야 ‘청소년은 시민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사회에서 통제 가능한 존재로 바라보며 이에 따라 지원도 배제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시설화된 사회, 시설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 시설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관계망이 탄탄하더라고 그것이 청소년의 자원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시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자원이 청소년의 자원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시설을 만들기 위한 논의보다는 기존의 구조를 해체할 수 있는 탈시설 담론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라는 이야기보다는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6) 경직된 당사자 주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하여 설문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당사자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어떤 선택과 결정이 중요한 것인지 이미 답을 정해 놓은 다음에 묻게 되는 것이 바로 ‘경직된 당사자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욕구는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시설에서 살아온 경험만 있을 때 이미 그 규율이 몸에 배어 ‘그래도 시설에 있어야지’라고 대답하지만 이것은 시설 밖에서 도움을 받아 온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을 벗어나야만 실제 어떤 것들을 욕구하게 되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탈시설의 변화는 무엇을 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것입니다. 탈시설 하고 나면 드라마틱한 변화를 찾고 증명하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한다는 강요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 때, 즉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는 것을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7) 청소년과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기

탈시설에서 장소를 없애더라도 관계가 통제적이라면 그것은 여전히 시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탈시설을 얘기할 때 ‘동료성’이 중요합니다. 불평등한 관계일수록 상호작용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청소년과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관계를 얘기하는 것이 탈시설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동료성’은 시설성에 균열을 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지원현장 활동을 하다보면 사업의 권한 차이 때문에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다가도 권력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 평등하게 활동하기 위한 자각을 느꼈던 순간들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먼저 계획하고 청소년을 모집하는 방식에서 청소년의 제안을 듣고 사업을 계획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과 왜 동료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각자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권력에서 배제된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평등한 관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권력을 놓아야 합니다. ‘동료가 된다’는 것은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이 역량과 시간의 차이, 능력주의가 관계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직의 지향이 중요하면서 평등을 선택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장애여성 공감’에서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불구’라고 말하며 사회 구성원 밖으로 숨어야 하거나 밀어내려고 하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이 ‘불구’라는 말을 사회에 등장시키며 ‘불구들의 연대’라는 문장을 사용합니다. 밀려난 존재들이 억압의 논리가 어떻게 닮아있는지 발견하면서 기존 지배 권력들을 분석할 때 청소년 주거권도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상성 중심의 사회에 균열을 내고 시설화에 대항하고 탈시설 운동을 이어 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11/24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에서 장애여성공감의 「시설사회-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  함께 읽기를 시작하는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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